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에 대해_삼프로TV출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즉 공정거래법 위반의 죄는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다는 제도는 20년 넘게 논란이 되어 오고 있는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이슈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대기업을 고발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소비자나 피해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이라는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공정위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이나, 폐지로 인한 남소의 우려 및 경영활동의 위축 등을 언급하고 있다.

나는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 자체가 공정거래법에 형벌을 규정한 것에 비롯된 것이므로(형벌이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고발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형벌 폐지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전속고발권 폐지 찬성 주장에 대해 반박하자면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지만, 그런 반박으로 논란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논란이 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비틀린 현상을 바로 잡는 길이다.

 

  1. 공정거래법 위반은 형벌로 제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형벌이 적용되려면 누구나 그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명확성의 원칙). 공정거래법의 금지행위는 원칙적으로 시장상황, 경쟁에 미치는 효과 등 경제분석이 요구된다. 게다가 법위반 여부는 위원회가 다수결(전원회의) 또는 만장일치(소회의)로 결정한다. 법위반 여부가 다수 위원들의 합의에 달려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공정위가 경제분석을 하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경제분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이 많은 것이 문제이고, 그래서 경제분석 없이 법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해서 공정거래법 위반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2. 형벌과잉현상은 공정거래법에서도 여전하다. 3억원 이하의 벌금과 2년이하의 징역형이 법위반 예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형벌보다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민사적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더욱 절실하다. 또한 행정처분으로 법위반상태를 제거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시정조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법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
  3. 공정위는 법목적과 상관없는 온갖 민원성 신고에 모두 응답하여야 하는 제도로 인해 경쟁촉진과 피해자 보상이라는 미션을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발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요즘은 고발이 너무 많다(매년 수십건). OECD국가 중에 이렇게 고발이 많은 나라가 있을까? 아..OECD38개 국가 중 형벌을 규정한 나라가 몇 안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일본…그 외에는 없다고 하는데 내가 직접 다 리서치 한 것은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다. 게다가 미국 외에는 사실상 전속고발권과 같이 경쟁당국에서 형사절차 개시를 요청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일본은 애초에 행정조사와 형사조사를 구분해서 사건에 착수한다. 그런데 이들 나라에서 한 해에 처리하는 사건 수가 수십건(실제로 매년 10여건인 나라도 있다)에 불과하다. 경쟁과 무관한 사건은 거의 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 담합사건이다. 우리나라처럼 불공정거래행위 사건은 애초에 형벌 대상도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공정거래법에 형벌이 무분별하게 규정된 것이 문제다.

아무튼 구독자가 140만명이 넘는 삼프로TV에 출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정말 인기없을 뿐만 아니라 설명도 어려운 전속고발권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출연섭외를 해 주신 분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링크를 여기에 걸어 둔다. 유튜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