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관람 후기

애들이 주말에 집에만 있기 좀 그렇고 해서 어딘가로 가긴 가야겠는데 어디로 갈까 생각해 보니

마땅히 떠오르는 데가 없었지요.

그러다 에버랜드와 영화보기, 두 가지로 옵션이 좁혀졌더랬습니다.

마침 태풍이 올라온다기에 일찌감치 에버랜드는 포기하고 어제(토요일) 늦은 시각에 수원CGV에

영화를 예매했습니다. 제목은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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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호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다 재미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지겹지 않고 재미있더군요.

괴물은 분명히 CG일텐데 상당히 잘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아이디어도 참신한 것 같네요.

괴물의 입주변은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암튼 물고기가 괴물로 변한 모습은 볼 만 했습니다.

저야 영화매니아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니어서 영화에 대해 뭐라고 할 얘기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쉬운 점을 얘기하자면,

영화속에서 경찰이나 의사들이 너무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은연중에 정부기관을 쓸모없는, 오히려 방해만 되는 것으로 인식되게 하더군요.

아이를 잃은 가족들이 하는 얘기들을 묵살하고, 심지어 정신병자 취급하면서 그저 방역작업만 할 뿐,

괴물을 잡는 일에도 정부기관이 전혀 나서지 않고(실제로는 이럴 수 없겠지요),

괴물이 등장한 후에도 주인공 가족들만이 괴물과 대적할 뿐(그것도 화살과 화염병으로)

정부기관은 무능하고 심지어 부패하기도 합니다(구청과장이 뇌물을 받는 장면을 넣었더군요).

실제로는 안전과 평온한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이 정부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이고,

이러한 임무가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임에도

그저 정부를 무능하고 부패한 것으로 몰아가야만 영화가 인기를 얻는다고 생각했다면,

아니 그러한 점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려는 고의가 숨어 있었다면,

아니 솔직히 그러한 고의가 없다고 치더라도 제작자들의 인식이 그러하다면

이것은 그저 지나칠 수만은 없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제대로 자기가 하는 일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거나(홍보부족이 원인이든 아니면 부정부패사례가 너무 만연되어 국민들이 믿지 못하든)

실제로는 정부가 제 할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영화제작자들은 이런 생각까지 안하고 그저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적당히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요소들을 범벅해 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반정부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면

그 대가로 누가 무슨 이득을 얻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이상 재미없는 영화관람 후기였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