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하여


1. 컴플라이언스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2017년 11월 미국 뉴욕에 지점을 둔 한국계 은행들이 뉴욕 금융감독청(DFS: 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s)으로부터 막대한 ‘벌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는 매일경제 기사가 있었습니다. 자금세탁방지 등 미국의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 벌금 부과 사유였습니다. 정확한 벌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DSF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천문학적 벌금을 때리는 월가의 저승사자로 통한다고 월가 금융기관의 한 인사가 전하는 말을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사대상이 된 은행 중 하나는 뉴욕 지점을 폐쇄까지 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해외 뉴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업 컴플라이언스(Corporate Compliance, ‘컴플라이언스’또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혼용하고 있습니다)라는 용어는 어떤 뜻을 갖고 있을까요? 컴플라이언스는“~을 따르다, 준수하다”라는 의미의 comply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컴플라이언스의 정의를 가장 좁게는 준법활동으로, 조금 넓게는 윤리강령 등 회사의 각종 규정 준수로, 가장 넓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정부가 기업의 자율적인 준법활동을  제도적으로 마련한 경우, 그 요건에 따라 구축하고 운용하는 프로그램을 컴플라이언스 또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라고 부릅니다(상법상 준법통제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율준수 프로그램 등).

 

2. 컴플라이언스는 왜 필요할까요?

세계 최초의 자동차 사고는 1769년에 발생하였는데 사고차량은 파디에르(Fardier)라는 3바퀴 증기자동차였습니다. 이 자동차는 최고 시속 3.2킬로미터 정도의 느린 속도였는데 브레이크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내리막길에서 서지 못하고 담을 들이박았다고 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익추구가 본질인 기업이 가속장치만 성능이 좋다고 해도 브레이크가 이를 받쳐주지 않으면 사고는 반드시 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황무지에서 달리는 차라면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있지만, 도로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들어서고 항상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대도시에서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으면 사고를 피할 수 없지요. 바로 이러한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컴플라이언스입니다. 회사의 재산과 평판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바로 컴플라이언스입니다.

회사의 임직원이 개인비리가 아니라 회사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구속되는 상황은 윤리경영에 실패한다는 것을 넘어서 당해 임직원 및 그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고, 그것을 보는 동료들은 회사를 믿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즉,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규제에 대응하여 이를 미리 지킬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준법과 윤리적인 행동이 회사의 일상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기업문화를 형성하지 않으면 회사의 존속과 발전에 큰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대해 투자를 꾸준히 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인 제재가 약하고, 불법적인 경영활동으로 인한 충격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컴플라이언스의 필요성을 경영자들이 절실하게 인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컴플라이언스 실패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현실적이고 강력해 졌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3. 컴플라이언스는 연미복이 아니라 일상복이다

최근 2018년도 도급순위 10위권 이내의 대형 건설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참가 자격제한 요청 제재를 받았습니다. 제재를 받게 된 사유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협력사에 계약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사대금을 미지급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서는 윤리경영과 동반성장이라는 메뉴까지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이런 사유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되었다는 것은 사실상 컴플라이언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저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종이 프로그램(paper program)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은 이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지만 비슷한 실정입니다. 컴플라이언스를 파티에서 한번 입는 연미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최고경영자 층 뿐만이 아니라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컴플라이언스를 그저 장식에 불과한 것이 아닌, 일상의 업무에서 지켜야 하는 살아 있는 행동기준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여야 합니다. 컴플라이언스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형성되면, 구체적인 규정이 설사 미비되어 있더라도 이익과 준법 혹은 윤리가 충돌할 때 관련 임직원은 준법 혹은 윤리를 선택하게 됩니다.

 

4. 컴플라이언스는 기능(Function)이 아니라 문화(Culture).

기업문화와 관련하여 세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평가와 보상이라는 인사제도에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녹아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인사제도가 윤리적이고 공정할 때에 기업은 건강하고 강력한 문화를 갖게 됩니다.

둘째, 고위 임원들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로는 윤리를 말하고 준법을 강조하면서 행동으로는 이익이 앞설 때 컴플라이언스는 와르르 무너지게 됩니다. 고위 임원급 회의에서 컴플라이언스 관리자가 준법을 얘기할 때, CEO나 다른 고위 임원이 위험감수(risk taking)가 사업의 본질이라고 일축해 버리는 순간 컴플라이언스는 설 땅이 없어집니다.

셋째,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기(speak out)가 가능한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어야 자진신고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 회사와 임직원의 면책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해서 이런 문화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익명으로 제보한다고 해도, 회사에서는 누군지 알아낼 수 있다는 의심이 들면 내부고발 시스템은 실패하게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감추게 되고, 감추는 것이 당사자에게는 더 이득이 되는 조직은 사소한 병이 걸려도 점점 더 병이 깊어져서 불치의 병이 되어 버릴 위험이 큰 것입니다.

 

5. 컴플라이언스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먼저 가거나 늦게 가거나 간에 반드시 거쳐가야 할 길이 있듯이, 컴플라이언스는 모든 기업들이 발전과정의 어느 단계에서는 그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개방정도를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도 이제 컴플라이언스를 모르고는 경영을 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국내의 몇 가지 큰 흐름을 언급하자면, 상법상 준법지원인제도 도입 후 준법지원인의 업무에 해당하는 준법통제기준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어 향후 그 준수 여부에 대한 회사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논쟁으로 주식회사의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결과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존재와 그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 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공정거래와 반부패 분야에서는 규제 강화 및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요. 이런 움직임이 마치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처럼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라 그 어느 때 보다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마칩니다.

(2019년도에 어느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