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15일에 개최된 국제학술대회(http://www.competitionlaw.or.kr/bbs/?t=3j)에 토론자로 참여했는데, 그 때 준비한 토론문을 이제야 수록합니다. 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에 대한 주제입니다. Giorgio Monti 교수는 EU법에 대한 전문가로서 “Maximizing the Impact of Digital Markets Act”라는 제목으로 발표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이 발표에 대해 미리 준비했던 내용입니다. 발표자가 준비한 자료를 봐야 토론문이 이해가 될 듯 싶은데, 발표자료는 여기에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께서 연락주시면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Maximizing the Impact of the Digital Markets Act에 대한 토론문
1. 규제에 있어서 문화적 변화
DMA는 EU집행위원회의 디지털 시장에 대한 기본 접근, 즉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의 3대 축의 하나로 제정된 법으로 Gatekeeper로 정의되는 일부 대기업에 대한 사전규제를 특징으로 한다. 민간기업에 대해 일정한 규모, 업종을 기준으로 사전규제를 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발표자는 이것을 규제의 새로운 문화로 표현하셨는데, 문화로 지속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실험적인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규제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실험적인 것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EU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시장에 대하여 역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역내 규범의 조화 중소사업자에 대한 공정성 확보, 이용자의 권리보장 확대 등을 목표로 규범 설정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DMA의 효과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발표자가 언급한 “규제에 있어서 문화적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 DMA와 경쟁법과의 관계
DMA 제정경위에 대한 설명을 보면 DMA가 경쟁법과 상호보완적이지만 다른 목적을 지향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경쟁법은 어느 사업자에게나 요구되는 경쟁이 규칙을 정한 것이고, 규모나 업종에 따라 그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서 더 강한 감시가 필요하더라도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 문제삼을 수 없는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호날두나 메시에 대해 다른 선수들에게는 부과되지 않는 반칙을 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DMA는 경쟁법적 관점에서는 이질적이다. 다만 디지털 시장에 대한 규제 근거로서 디지털 시장이 소수 거대기업에 의해 독과점 되는 속성을 갖고 있고,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DMA가 경쟁법과 뗄 수 없는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DMA의 특정 사업자에 대한 사전 규제 방식이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디지털 시장에서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여 기존의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을 방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DMA의 규제방식을 경쟁법 집행의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하여야 한다.
3. 컴플라이언스 오피서의 역할 증대
발표자께서 결론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기업은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규제당국이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평판 가치가 더욱 증대한 최근의 기업환경에서 재무적 지표외에 ESG와 관련된 비재무적 지표에 대해 경영자들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규제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당국이 기업의 규제준수 노력을 인정하고 이에 대응하여 규제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나는 발표자가 제시한 “Responsive Regulation” 에 적극 공감하고, 규제 모델에 대응하여 기업에서는 규제에 대한 이해와 기업의 사업을 잘 이해하는 컴플라이언스 오피서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4. DMA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현재와 전망
최근 ESG와 관련하여 환경규제, 사회적 가치 등에서 EU는 선도적으로 입법을 주도하고 있다. 브뤼셀 이펙트란 용어가 있듯이 EU가 제정하는 규칙이 서구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기준으로 되는 현상이 최근 목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국제적인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을 정비할 때 EU의 입법을 참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 심사지침은 DMA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사전규제라는 것은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부적절한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당국으로서는 사전규제의 편의성에 혹할 수 있지만, 그것은 시장의 활력을 억제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을 명심해야 한다. 공정위 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 방통위 등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 시점에, DMA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DMA가 우리에게 새로운 규제의 길을 열어준 것인지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