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인센티브 제도 소개

1.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연혁

현대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즉 의도되고 계획된 시스템으로서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은 일반적으로 1959년에 발생한 중전기설비업계의 대규모 독점금지법 위반사건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당시 이 사건 피고 중 하나인 GE의 경우 1946년 이래 독점금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었지만, 이 건 재판에서 법원은 GE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대해 법적 의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면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만으로는 불법적인 행위를 방지하기에는 효과적이지 않았고 따라서 기업의 책임을 방어하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던 것이다.1 당시 GE는 회사 방침으로 자율준수 프로그램 매뉴얼에 독점금지법 자율준수정책을 명시하고 사내 변호사그룹을 통하여 카르텔의 위법성을 종업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었으며 실제로 1949년에는 다른 카르텔에 연루된 종업원을 해고하기도 하였다.

독금법 분야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일찍 도입되었지만, 이는 기업들이 리스크관리를 위해 스스로 도입한 것으로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법집행 과정에서 동의판결 등을 통하여 위법행위의 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로서 활용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획기적으로 중요성을 갖게 된 것은 1991년 연방양형지침 개정 시에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운용기업이 법위반을 한 경우 법원이 제재수준을 감경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된 것이 계기의 하나가 되었다.2Michael G. Silverman, 「공공, 민간, 비영리조직을 위한 컴플라이언스 매니지먼트」, 노동래 역, 연암사, 2013, p.27~p.28. 연방양형지침 이전에 컴플라이언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비즈니스 윤리와 행위에 관한 방위산업 이니셔티브(DII: Defense Industry Initiative)로서, DII는 1986년 10월 18개 방위산업 납품업자가 자율규제프로그램을 제정함으로써 탄생한 것이다. 일련의 방산물품 구입 스캔들 이후 레이건대통령에 의해 창설된(1985.7) 패커드 위원회(Packard Commission)의 1986년 6월 「탁월함에 대한 추구(Quest for Excellence)」라는 보고서에서 방위산업 납품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하였다. “계약 프로세스의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율 규제를 강화할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관리자들은 계약 실적의 무결성을 확보해 줄, 대담하고 건설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위반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규정과 계약상이 요건을 준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위원회의 권고 사항에는 방위 업체의 비즈니스행동에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내부통제의 유효성을 증대시키며, 고위 경영진의 감독과 직원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 사항들 중 많은 내용들이 궁극적으로 연방양형지침에 구체화되었다. 1993년에는 연방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이하 ‘DOJ’로 약칭)에서 1978년에 도입된 자진신고자 기소면제(amnesty)제도를 개정하고, 법위반기업들이 범죄 사실을 조기에 발견하여 관계당국의 조사 개시 전은 물론 조사 중에 자진 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하는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기소를 면제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제도적 변화 가운데 획기적인 판결이 1996년에 있었는데, 케어마크 인터내셔널 사의 주주들이 임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표소송에서 델라웨어법원은 일정한 요건하에 모니터링 실패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세계 7위 기업이자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Enron)이 대규모 회계 부정과 경영진의 전횡으로 파산하고, 또한 통신 대기업이었던 월드콤(WorldCom) 역시 엔론과 비슷한 형태의 회계부정으로 파산에 이르게 되자 미국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이를 계기로 2002년 사베인 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이 제정되었으며 이 법의 내용 중에 내부통제의 의무화가 규정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연방양형지침의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요건 규정도 강화되는 내용으로 2004년에 개정되었다.

2. 연방양형지침(The Federal Sentencing Guidelines)

미국에서 기업의 자율준수 프로그램운용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제도는 연방 양형지침(The Federal Sentencing Guidelines)이다. 이 지침은 1984년에 제정된 양형개혁법(Sentencing Reform Act)에 근거하여 제정된 것으로 독점금지법상의 범죄뿐만 아니라 일반 형사범죄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2004년에 큰 폭으로 개정된 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연방양형지침은 ‘효과적인 자율준수 및 윤리프로그램’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기업은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적발하기 위하여 성실한 주의의무(due diligence)를 이행하고,  또한 법규 준수를 위하여 윤리적인 행동과 실행을 격려하는 조직문화를 육성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그러한 자율준수 및 윤리프로그램은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적발하기에 효과적이 되도록 합리적으로 설계되고, 실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죄행위 예방이나 적발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 프로그램이 곧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최소한 요구되는 7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을 실행함에 있어 기업은 주기적으로 범죄행위의 리스크를 평가하여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확정되는 범죄행위의 리스크를 감조하기 위해 위 기준의 요구사항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혹은 조정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기업의 벌금액 산정에 대해서는 §8C2.2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3 정홍식, “미국 독점금지법 준수를 위한 ‘반독점법 준수프로그램(Antitrust Compliance Program)’의 효용성과 그 내용에 대한 실무적 고찰”, 「법학논문집」 제30집 제2호(2006.12.31.) 중앙대학교 법학연구소. 이 논문에서는 연방양형지침상 벌금액 산정방식의 이해를 돕기 위해 D램 반도체 카르텔 사건에서 삼성전자에 부과된 벌금액의 산정방식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다(p158~160).

연방양형지침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법원이 보호관찰(probation)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자율준수 및 윤리프로그램과 관련된 보호관찰 조치를 받은 기업은 정기적으로 자율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의 도입·운용 상황을 법원 또는 보호관찰관(probation officer)에게 보고하여야 한다(§8D1.4.)


연방양형지침 중 컴플라이언스&윤리프로그램 관련 부분

3. 동의판결과 동의심결

독점금지법 위반사건의 경우에도 일반 형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미국 법무부가 범죄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면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함께 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치의 내용 중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실질적·효과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동의판결(consent decree)을 내릴 수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로 약칭)는 연방행정절차법에 따라 행정처분의 일종으로 직접 동의명령(consent order)을 내릴 수 있다.

4. 3배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도

미국은 독점금지법 운용에 있어서 공적인 집행보다 사적 집행이 활발하다는 특징을 갖는다고 일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적 집행, 즉 피해자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에 의해 독점금지법 집행이 활발한 것은 바로 3배 배상책임과 집단소송제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 특히 각 주의 법무부장관은 소위 부권소송의 일환으로 주민을 대표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적격이 인정되므로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인한 금전적인 책임의 규모가 매우 클 수 있다. 법의 엄정한 공적 집행에 더하여 활발한 사적 집행 역시 자율준수 프로그램에 대한 유인을 크게 하는 요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