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답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이 책은 1977년에 쓰여졌는데, 제가 대학에 입학한 81년에도 꽤 인기가 있었던 탓에 원서를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때에도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교수는 세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가졌던 모양입니다.

그 ‘uncertainty’는 지금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진열대에 당연히 놓여져 있을 것으로 의심하지 않았던 기초 생필품조차 코로나 바이러스나, 우크라이나전쟁이나 혹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이름도 잘 모르는 나라의 지진이나 홍수로 공급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시대가 온 듯 싶습니다. 공급망 위기 외에도 기후위기, 고용위기 심지어 AI에 의한 위기까지 한꺼번에 닥쳐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그만큼 사람들은(또한 기업들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불안감은 컴플라이언스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당연히!

기업들이 허리끈을 조이고 지출 내역을 더 꼼꼼히 들여다 봅니다. 수익성이 낮은 조직이 타겟이 될 것입니다. 컴플라이언스 담당부서가 바로 그 타겟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공정거래 분야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확산시키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법률조항이 신설되어 이 부분은 오히려 기업의 체질을 윤리적이고 건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그렇게 제도를 잘 설계해야!).

한편으로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질개선을 하기 보다는 담합이라든가 거래상대방에 대한 착취를 선택하는 비윤리적인, 불공정한 방법을 선택하는 기업도 증가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런 경영자들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여유가 있을 때에는 선한 면을 보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나쁜 본성이 드러나기 쉽습니다. 그만큼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최고책임자(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에서는 ‘자율준수관리자’라고 합니다)는 경영자에 의해 임명되지 않고 이사회에서 선임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경영자가 엑셀레이터라면 자율준수관리자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운행이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컴플라이언스의 시대가 도래했다라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참고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대한 정의나 이해는 규제 분야에 따라 다른데,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은 공정거래 법규(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약관규제법 등 공정위 소관법률) 위반을 예방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준법경영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된다면 공정위에서 제재경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데,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조직, 예산, 행동강령을 포함하는 각종 기준, 업무절차, 교육과 모니터링, 개선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미국 법무부가 제정하여 운영하는 지침(guidance)이 “기업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평가 지침(“Evaluation of Corporate Compliance Program”)인데, 여기서도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요소를 체계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자발적인 신청에 의해 등급을 부여하고, 우수 등급 이상을 획득한 기업에 대해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급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인센티브는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컴플라이언스 전도사 답게 긴 글을 올립니다. 모든 기업, 조직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장착하고 운영하게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전도하겠습니다. 강의 요청도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