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전자 사원판매건에 대한 단상_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할 행위인가에 대한 의문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06061250001

  • 신일전자가 임직원들에게 악성재고 약 20억원어치를 강매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는 뉴스입니다. 개인별로 판매목표를 설정해서 처분하게 한 모양입니다. 심지어 급여에서 공제까지 했다고 하네요.
  • 사원판매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불황은 불황인 모양입니다. 주로 회사가 경영이 어려울 때 자구책의 하나로 자사 제품/서비스를 임직원들에게 구입하도록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예전에 자동차회사들도 임직원들에게 자사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형성해서 사실상 자동차 구입을 강제한 일이 있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얘기입니다.
  • 그런데, “사원판매”는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만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을 참고해서 다른 나라에서 만들었으면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사원판매를 공정거래법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할 때에는 우리나라 외에 다른 나라에서 금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계수한 일본 독점금지법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서도 사원판매는 없습니다.
  • 이 규정이 우리나라에서 들어가게 된 배경은 회사가 경영이 어려우면 급여(상여금 포함) 대신에 자사 제품으로 지급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이 있었고, 이를 금지하기 위해서 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제하게 된 것입니다. 저도 이런 행위는 금지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규제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 금지 논리는 보도자료에서 적시하고 있습니다. 사원판매행위는 불공정한 ‘경쟁방법’이라고요. 그런데 사원판매를 경쟁방법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자구책의 하나로 적절하지 않은 방법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자사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여서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기 위해 사원판매라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한 사원판매는 회사의 존립이 어려운 시기에 경영자가 자금을 조달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할 때 선택하는 자구책인 경우가 더 흔한 일입니다.
  • 경영이 어렵지 않은데도 사원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예전에 통신사들이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목표를 제시해서 강제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제품/서비스를 출시할 때 영업방식의 하나로 이런 전략을 선택했었는데 당연히 사원판매에 해당되어 문제가 되었더랬지요. 이 얘기도 아주 오래전 얘기입니다.  이 경우는 불공정한 경쟁방법이 될 여지도 있지 않나 싶긴 한데 사원판매 규정이 없어도 다른 규정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공정거래법에 금지행위로 규정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이 규정은 이제는 삭제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법리에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쟁방법이라기 보다는 노동법 이슈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제가 이 분야는 잘 몰라서 더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저도 악성재고를 임직원에게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있는 행위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