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있다니…[2005-01-20 12:44:13]

제목이 너무 거창하군요. 운만 떼는 글이다 보니.

뭐 큰 일 벌어진 것은 아니고요, 개인적으로 우스운 일을 겪다 보니 갑자기 옛생각이 나서 다시 ’새글 올리기’를 눌렀습니다.(물론 엄청 느린 프린트가 글쓰기를 도와주네요^^.)

프린트를 양면으로 하다보니 제대로 나오는지 한번씩 봐줘야 하지요. 자칫하면 여러 장이 함께 나오게 되고, 그러면 한쪽 면만 못쓰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새로 프린트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논문의 어느 한 부분 소제목이 ’1.개판’으로 보이지 뭡니까. 설마 이런 오타를 내다니…사실 그 논문에서 종종 오타를 발견한 터라, 이런 오타는 좀 곤란한데…라며 속으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건 오타가 아니라 제가 잘 못 본 것이었습니다.

개관을 개판으로 본거지요. 아무리 우리나라 글자가 네모박스에 꽉 차는 형태라고 하더라도 ’관’과 ’판’을 혼동하다니…갑자기 제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워지네요. 혹시 뭘 ’개판’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예전에 프로이드의 심리학책을 좀 읽었었는데(물론 20여년 전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동시에 두가지를 함께 생각하면 말에서 그 두 생각이 함께 섞여 나온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겪은 일로는, 친구와 한참 재미있게 얘기하면서 길을 걷다가, 헤어질 때가 되어서 다음에 전화하기로 약속을 하고는 인사를 한다는 것이 “야~ 이제 끊자~” 도대체 뭘 끊는다는 것일까요? 그건 전화얘기를 하다 보니 전화하다가 끝날 때 전화 끊는다라고 얘기하기도 하잖습니까. 아직 머리에는 전화약속생각이 남아 있는데, 친구와 인사를 하게 되니 그런 인사가 나오게 된 것 같더군요.

또 한가지는 제가 원래 경어(높임말)에 익숙치 않은 점이 있어 항상 친구 부모님을 만나게 되면 조심하게 됩니다. 혹시라도 말실수를 하게 될 까봐서요. 근데 어느날 백화점 식품부에 들러게 되었는데(제가 왜 여기 들러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그 때는 무료시식코너도 별로 없었는데 ^^) 마침 친한 친구 어머님을 만나게 되었지요. 안부인사를 간단히 건네고는 이제 가보겠다고 말한다는 것이 “어머님, 이제 저 가보시겠습니다”라고 해 버렸지요.

주어 담을 수 없는 것이 말인데…얼마나 난감하고 황당하던지. 물론 그 인사를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돌아서 왔기 때문에 그 어머님의 표정은 못 봤습니다만, 아마 상당히 황당하셨을 것 같더군요. 27, 8년전의 일이었습니다.

요즘은 그런 실수는 좀 적게 하는 것 같은데, 그건 머리를 안 써서 그런지, 아니면 행동반경이 좁아져서 아주 루틴해 진 건지 모르겠군요.<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