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 석사학위 논문의 일부를 발췌하여 편집한 것입니다.
자율준수프로그램이란 기업이 법위반으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을 효과적으로 방지 또는 감소시키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상시적이고 전사적인 준법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운영 및 유인 부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자율준수프로그램은 기업들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제정·운영하는 교육·감독 등 내부준법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자율준수의 대상이 법규에 한정하느냐 아니면 회사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내부지침까지 포함하느냐 등에 대해서는 견해차이가 있다. 더구나 자율준수라는 용어의 원어인 Compliance는 금융권에서는 준법감시라는 용어로 1999년 이후 우리나라에 도입된 용어이고 그 연원을 거슬러 가면 이 용어가 도입된 미국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이사의 책임, 내부통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관련 영역이 매우 확대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접근에서도 법규준수는 최소한의 내용으로 포함되고 있다.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정의를 좀 더 부연해서 설명하면, 첫째,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비록 국가가 자율준수프로그램의 요소 등을 규정하더라도 이는 도입을 권고하거나, 평가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자율준수 프로그램은 기업 스스로 필요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또는 불필요한 내용을 제외할 수도 있다. 다만 인센티브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국가가 정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자율준수프로그램은 단순히 법규준수라는 소극적인 성격의 활동이 아니라 법규준수가 기업내에서 일상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기업문화의 일부로 모든 임직원들의 내면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된다고 하는 것이다.
준법감시인제도와의 구별
금융관련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준법감시인제도는 고객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금융산업의 특성상 상시적인 엄격한 내부통제의 필요성때문에 도입된 제도로서, 내부통제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업무가 주요 업무라는 점에서 비록 임직원에 대한 법규준수교육실시, 내부통제기준 준수를 위한 매뉴얼 작성 및 배포 등의 자율준수업무와 중복되는 점은 있지만 엄격한 내부통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
즉 준법을 감시하는 소극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금융권의 준법감시인과는 달리 자율준수프로그램의 운영은 준법이 경영현장에서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견해와는 달리 금융관련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준법감시인의 개념이 넓은 의미로서 가장 좁은 의미인 법규준수 외에 리스크관리를 포함하는 내부통제체제 전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 물론 법규준수는 자율준수개념 중에 가장 좁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지만, 내부통제와 자율준수는 실행방법에서 중복되는 점이 있더라도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발전해 온 제도이므로 내부통제가 법규준수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준법지원인제도와의 관계
최근 상법개정으로 도입된 준법지원인 제도는 금융관련법률에서 규정된 준법감시인을 상법에 규정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 외의 일정한 규모의 상장회사로 넓힌 것으로 보인다. 상법 제542조의13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39조에 의하면 “자산규모가 5천억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준법통제기준을 작성하여야 하며, 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준법지원인을 1인 이상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준법지원인의 주요 업무 역시 ‘준법통제기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금융관련법률의 준법감시인 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관련법률이 ‘내부통제기준’이라고 하여 넓은 의미의 컴플라이언스 개념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준법통제기준’이라고 가장 좁은 의미의 컴플라이언스 개념을 사용한 것이 다르다.
정부 업무의 대행과의 구별
또한 행정부에서 집행하여야 할 활동을 민간 스스로 집행하는 방법으로 행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은 자율준수프로그램과는 다르다. 예컨대 환경규제에서 관련 행정부서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여야 할 검사 등의 활동을 협회 혹은 정부에서 승인한 기구에서 검사를 실시하여 보고하는 경우 정부에 의한 검사를 면제하는 행위와 같은 것은 지금 여기서 논의하는 자율준수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자율준수프로그램은 정부에서 해야 할 업무의 전부 혹은 일부를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법규를 위반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 법을 준수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실시하는 것으로, 그러한 활동에 의해 국가의 개입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활동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자율준수는 한편으로는 법규를 준수하여야 할 회사에게는 당연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활동에 대해 특별히 취급할 이유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민간기업의 법준수활동을 의도적으로 장려하고 이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에 의해 조장한다면 이는 넓은 의미에서 법집행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정부의 한정된 자원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에 대한 보완으로 민간 스스로 법을 잘 준수함에 의해 법집행과 같은 효과를 가져와 법규의 제정 목적을 달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공권력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율준수프로그램은 정부의 법집행 시스템의 일부로서 고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자율준수프로그램은 회사의 리스크관리 혹은 내부통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된다. 즉 회사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각종 기법을 활용하게 되고 그러한 리스크관리 기법은 자율준수프로그램의 내용과 많은 점에서 중복된다. 자율준수프로그램이 원래 규제에 대한 준수를 기업 스스로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지속가능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대기업들이 윤리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이러한 윤리경영의 최소한이 준법경영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법집행수단으로서의 자율준수프로그램과는 상관없이 회사 스스로 높은 수준의 법규 준수활동에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경쟁주창자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업들의 자율적인 법규준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의 개발과 직접적인 법집행(제재)과는 무관한 경쟁문화 창달을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의 강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