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기다리던 때가 생각납니다.[2005-01-12 18:13:40]

오늘 반가운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친한 선배가 이사로 승진했고 게다가 뉴욕으로 연수까지 가게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서 자주 뵙던, 그리고 저를 항상 반갑게 맞이 해 주셨던 교수님의 안부 메일입니다. 지금은 동경에서 잠시 안식년을 보내고 계시지요.

이렇게 이메일로 소식을 들어도 반가운 것을, 예전에 받을 편지가 있을 때에 얼마나 우편배달부가 기다려졌을까…기억을 떠 올려봅니다.(근데 우편배달부란 용어가 맞긴 하나 모르겠네요^^ 우체부아저씨라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무렵 해외펜팔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영어 갓 배우기 시작한 때였는데 무모하게도 영어로 편지쓰기를 시작한거죠. 물론 해외펜팔소개업체에서 회원가입하면 보내 주었던 해외펜팔 작성법 책을 보고 예문을 거의 베껴 쓴 것이 제 편지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 해보면(실은 그 때도 마찬가지로 생각했습니다만) 거의 우리나라 홍보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역사, 풍습, 제도 등…그런데 제 펜팔친구는 자기의 일상생활, 그리고 느낌을 적어 보냅니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었습니다.

얼마나 제 편지가 황당했을까요. 일방적으로 마치 국가를 홍보하는 직원이 답장메일 보내는 듯 그 친구들 얘기엔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그저 제 할말만(실은 책 내용 그대로)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영국친구는 만 2년 이상 꾸준히 답장을 보내 주었습니다. 딸 셋 있는 집의 맏딸이었는데, 전형적인 영국 소녀의 모습이었지요. 수영선수인데 그 당시 요크셔주에서 우승하기도 했답니다. 우승 기념 파티에서 어떤 남자애랑 춤을 추었다고 하는 편지를 끝으로 제가 답장을 보내지 않았지요. 그러고도 몇 번 더 편지를 받았습니다. 왜 답장 안 하느냐고 묻더군요.

당시 우리나라에서 보내는데 2주, 그 쪽에서 보낸 것 받아보는데 2주, 총 4주가 걸렸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부친 후 4주 가까이 되어 가면 매일 편지가 기다려집니다. 학교갔다 집에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편지가 왔는지 물어보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지요.

기다릴 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새삼 가슴에 와 닿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