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 권미숙
해 제 : 김용옥
펴낸곳: 통나무
이 책의 초판이 1994년 7월 30일이고, 1판 3쇄가 1995년 1월 11일이니 제가 이 책을 산 것이 직장생활을 시작한 다음이군요. 용어색인까지 263쪽인데 20여쪽은 도올 김용옥선생님의 해제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제의 제목까지 별도로 “陽明根本義”라고 붙여 놓았군요. 중국 사상과 관련된 내용이라 저는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자백하겠습니다 ^^;;
아무튼, 이 책은 제가 상당히 정성들여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원래 ‘전기’류의 책을 좋아해서 예전에 하인리히 하이네, 반 고호 등의 전기를 아주 감명깊게 읽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랍니다.
이 책은 양명학의 시조로 알려진 왕양명에 대해 정말 와 닿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어릴 적 일화와 관련된 시를 인용하려고 합니다.
왕양명의 할아버지가 북경의 금산사에서 한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어떤 구절로 시를 지을까 고민할 때에 열살된 왕양명이 그럴듯하게 시를 짓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의 친구가 다른 시를 지어보라고 요구하면서 직접 주제를 정해 주었는데, 그 주제를 받아 지은 시가 바로 다음과 같은 시라고 합니다.
“이 산이 달을 작아 보이게 하기에
우리는 산을 달보다 큰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누군가 하늘만한 눈이 있다면
작은 산과 큰 달을 볼 것이다.”
열살된 아이가 이런 시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왕양명의 천재성이 아니라 이 시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떤가 하는 제안이랍니다.
그 ‘무언가’는 읽는 사람마다 다른 것일 수 있기에 설명은 생략하렵니다.
출판사나 역자 모두 이 책을 우리나라에서 내 놓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책에 사용된 용어(표현)들이 좀 어렵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예컨대, ‘초보자에게, 시적 지식의 온축은 기존의 전통이다'(71쪽 밑에서 6째 줄)라는 표현은 저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혹시 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겠지요? ^^;;
아무튼, 주변에 이 책을 보았다는 사람은 못 만나 보았지만 저는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중국 사상에 대한 책으로서가 아니라, 왕양명이라는 사람에 대한 책으로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