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CP 포럼(2023.12.14) 참석 후기

1.  화려한 축제

CP포럼 행사는 주로 대한상공회의소 지하2층의 국제회의장에서 치뤄졌는데 올해는 “더 플라자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 게다가 행사 종료 후 만찬까지 제공되어 공정위가 이번 행사에 정성을 쏟은 느낌이 들었다. CP가 법제화되어서 그만큼 중요한 행사로 생각하는 것인가 하는 추측을 해 보지만 크게 관심을 가질 일은 아니라 이 정도에서 생각을 멈췄다.

2. CP법제화 관련 하위법령.정책 개정 추진 현황 등 안내: 역시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경쟁정책과장이 향후 제정될 CP관련 제도에 대해, 특히 과징금 감경을 중심으로 하는 인센티브 제도의 도입 방안과 관련하여 자세한 설명을 이어나갔다(관련 자료 링크). 역시 CP에 대한 잘못된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었고 그 결과 CP등급평가제도 역시 이상한 모습으로 설계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포럼에 참석하면서 이번에는 내가 질문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하고 갔었는데 결국 못 참고 가장 먼저 손을 들고야 말았다. 발표 잘 들었다는 의례적인 인사도 없이 곧바로 직격타를 날렸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생각나는 문제점을 여기에 적어 본다.

  2-1. CP를 잘 운영하는 기업은 법위반을 할 리가 없다는 잘못된 전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런 전제를 갖고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CP등급평가 결과 A등급 이상의 우수한 등급을 획득한 회사라면 법위반을 할 리가 없기 때문에 만약 법위반으로 제재를 받는다면 그 등급이 잘 못된 것이고, 그래서 등급만으로 공정위가 과징금 감경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과장이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래서 우수한 등급이라도 과징금 감경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평가(검토)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부터 다양한 안을 제시했다.

CP에 대한 인센티브를 가장 강력하게 부여하고 있는 미국 법무부는 “기업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평가 지침”에서 아무리 CP를 잘 설계하고 운영하더라도 법위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지침 도입부에서 천명하고 있다(뇌물방지경영시스템 및 컴플라이언스경영시스템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시한 ISO에서도 같은 언급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담합건에 대해 CP 운영을 심사하여 검사는 기소유예처분을 해 오고 있다(물론 CP만으로 기소유예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을 하게 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심지어 CP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더라도 CP의 개선을 전제로 양형합의를 하기도 한다.

이런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CP등급평가는 등급평가의 대상이 된 기간(전년도 1년) 동안의 “CP활동”을 평가하는 것인데, 법위반이 발생한다고 해서 그 활동의 수준이 낮다고만 할 수는 없다. 법위반이 누군가의 일탈행동일 수도 있고, 예상할 수 없었던 위반행위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법위반은 2, 3년 전에 발생한 것이고 그 행위로 인해 CP를 강화해 온 회사로서는 올해 혹은 작년에 제재를 받았다고 하여 인센티브 부여가 부정된다거나 등급이 하향조정된다거나 하는 것은 지난 1년간의 CP 활동 실적을 바탕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CP등급평가제도의 구조와도 배치되는 조치이다.

공정위가 이렇게 잘못된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은 언론과 국회에서 그 동안 이런 관점에서 CP등급평가제도를 공격해 온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CP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도 인정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CP제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CP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은 공정위의 이런 관점이 잘 못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2-2. 회사 내의 공정위가 CP업무담당부서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대우하지 않는다

공정위가 일부러 CP담당부서 임직원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하지만 CP법제화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서 최근 A 또는 AA등급을 획득한 회사의 실무자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CP포럼에서 처음으로 실무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안도 없는 상태에서 이달 29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라고 하였다. 회사의 CP업무담당자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법이 통과되고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왜 실무자들과의 간담회 한번 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등급평가 결과가 연말이 되어서야 나오면 1년간 열심히 등급평가를 위해 준비하는 임직원들의 “성과평가”에서 AA등급 심지어 AAA등급까지 받은 것이 평가되어 보상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까? 이 문제때문에 작년에 처음으로 3월말~4월초에 평가 신청을 받아 일정을 2개월 이상 앞당겼는데도 평가신청 회사 수가 많아지니 평가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만약 공정위가 과징금 감경 혜택을 주기 위해 절차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안대로 간다면 아마 연말까지도 평가결과가 나오지 않을 위험도 있다(실제 20개 정도 수준에서도 연말을 넘겼던 해도 있었다). 이래서야 CP업무 담당자들의 기가 살아 회사 내의 공정위 역할을 잘 수행할 것 같지는 않다.

따로 언급할 주제이긴 한데, 공정위가 인센티브 부여를 혜택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의심스럽다. 인센티브 부여는 CP의 확산을 위한 것이고, CP확산은 효율적인 법집행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인센티브 부여는 혜택이 아니라 제도의 목적달성을 위한 도구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3. 할 말을 다 하지는 않는다

공정위가 발표한 제도 개선안에 대해 일일이 의견을 내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관점이 다르다 보니 하나 하나 반박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힘들다. 오히려 새로운 안을 제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개선안의 방향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CP를 확산하고자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욕먹지 않을 방법만 찾고 있는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목적과 수단이 합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 동안 글로벌 대기업들이 왜 등급평가 신청을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는가? 과징금 감경혜택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조사협조만 해도 과징금 감경을 받는다. CP제도를 우리 사회에 처음 소개했을 때 그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회와 언론은 설득의 대상이다. CP제도가 정말 우리 사회에 유용한 제도라고 믿는다면. 그리고 이미 CP는 글로벌제도로서 정착되었다(OECD 보고서를 참조하기 바란다).

너무 날선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정말 오랫동안 이 제도의 확산이 우리 기업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내게 이번 제도개선안은 충격이었다는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CP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이 원했던 법제화가 성사되었는데 자칫하면 제도를 다시 망치게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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