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on Promotion and Consumer Protection Committee 초청 국제 컨퍼런스 참가 후기

우즈베키스탄 경쟁촉진 및 소비자보호위원회(the Competition Promotion and Consumer Protection Committee of the Republic of Uzbekistan, 이하 “위원회”로 약칭) 초청으로 참여한 “Competition Law Enforcement and Consumer Protection in Digital Market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를 주제로 하는 국제 컨퍼런스 일정을 마치며 그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봅니다.

1. 국제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된 배경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호기심이 갈 만한 내용이지만 기회가 되면 사석에서 얘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항공, 숙박 및 체류기간의 공식적인 비용은 모두 부담하겠다는 제안에 선뜻 수락했습니다. 게다가 주제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와 관련되어서 10분 이내로 얘기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듯 싶었습니다. 참석자가 많아 7분 정도로 준비해주면 좋겠다는 얘기에 마음이 더 편해졌습니다.

2. 타슈켄트 공항 도착 및 호텔 이동

항공사는 당초 아시아나를 고려했는데 입국시간을 고려해서 우즈베키스탄항공을 이용했습니다. 아시아나를 이용하게 되면 밤늦은 시간에 호텔에 도착해서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해야 하는 일정이 되어 좀 힘이 들 것 같았습니다. 티켓은 위원회에서 구매해서 전자항공권을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좌석은 여유가 있어서 중간의 3명 자리에 앉았는데 중간자리는 비어 있어 편했습니다. 다만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우즈벡 청년이 한자리 건너 앉아 있었는데 좀 지나칠 정도로 사교적이라 틈틈이 대화를 많이 나누며 지루함을 달랬습니다. 한국에 양어장용 사료를 수출하고 있다는데 우즈벡의 최근 정치경제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얘기들도 꽤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10년전에 제가 다녀왔던 우즈베키스탄과는 좀 많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말로는 새로 취임한 대통령 덕분이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사회 시스템이 바뀌었다고요. 물론 좋은 쪽입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니 누군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입국심사를 위해서는 비행기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해야 하는데 자동차가 준비되어 있고 그 차로 VIP용 출입구로 이동했습니다. 그냥 여권만 보여주고 바로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호텔까지 태워주더군요. 도착했을 때 현지시간으로 2시경이라 호텔 도착후에도 시간 여유가 있어 주변을 돌아 보았습니다. 도쿄와는 달리 골목 개념이 없어 보였고 반듯한 건물들이 도로에 접해 있어서(제가 묵은 숙소가 호텔이 밀집한 지역이라 그럴 수도 있을 듯 싶습니다) 그다지 동네 구경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슈퍼마켓에 가서 헤어젤 하나 사가지고 왔습니다. 호텔은 Wyndham이라고 하는데 시설이 고급스럽거나 화려하지는 않은데 사람들이 친절하고 아침 조식도 아무런 간섭없이 그냥 식당에 들어가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나오면 되는 시스템이라 아주 편하더군요. 가장 아쉬운 것은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는 그다지 흠잡을 만한 것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3. 국제 컨퍼런스 1일차(2023.7.6) 일정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하루 일정이 엄청 빡셉니다. 결국 준비를 성실히 한 일부 발표자들 때문에 시간은 거의 1시간 이상 늘어났습니다. 저는 7분으로 딱 끝내주어서 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분이 엄지척을 해 주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발표자들이 성의 있게 자료를 준비한 탓에 제법 알찬 컨퍼런스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리 배열상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는 것이 좀 힘이 들었지만 각국, 특히 우즈벡 주변의 여러 국가에서 오신 분들의 발표라 관심이 가서 지겹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의 제약때문에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전혀 관심이 없던 나라의 경쟁 또는 소비자보호 관련 이슈에 대해 궁금증이 높아지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찬은 컨퍼런스에 참여한 발표자와 위원회 직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술도 마시는 자리라, 이 시간을 통해 서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무슬림이라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만, 술은 맥주 외에 보드카, 와인 등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마실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제 옆자리에 있던 위원회직원(이 친구가 이날까지 저를 담당해서 편의를 봐주었습니다)은 술도 잘 마시고 춤도 좋아해서 아주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만찬 중에 국제협력부서 직원(직급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국과장은 아닌데 꽤 고참인 듯 싶습니다)이 제게 내일 CNN기자와 인터뷰를 해야 하니 우즈벡 경쟁법의 주요 내용과 최근의 추진실적이 담긴 자료를 전달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원래 아젠다에는 컨퍼런스 2일째에는 타슈켄트 문화탐방이 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그 일정대로 가고 저는 별도 일정인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4. 국제 컨퍼런스 2일차 일정

아침에 픽업해서 데려다 준 곳은 CNN방송을 중계하는 시설이 가능한 국제행사장이었습니다. the International Partnership Initiatives Week “New Uzbekistan: Development, Innovation and Enlightenment”라는 큰 국제행사가 타슈켄트에서 개최되고 있었고 이날은 마지막 행사로 경제관련 이슈인데 그 중 경쟁법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패널로는 루마니아 대통령의 경제정책 자문을 역임한 바 있고 현재 루마니아 Competition Council의 President인 Mr. Bogdan Chiritoiu가 참석했고 컨퍼런스의 speaker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가장 앞줄에 앉게 되었습니다. 하필 제 자리 근처에 우즈벡의 경쟁촉진 및 소비자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앉는 바람에 화면이 자주 제 쪽을 비추어 행사 끝날 때까지 신경이 좀 쓰였습니다.

이 대담이 끝난 후 CNN 기자와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인데 일정이 변경된 것인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행사가 끝났습니다(아직 이런 부분에서 행사 진행이 매끄럽지는 않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그래도 워낙 편하게 해 줘서 그다지 불쾌하지는 않더군요^^). 그리고는 타슈켄트 티무르 박물관으로 이동해서 문화 탐방을 이어갔습니다. 그 후 점심 장소로 이동했는데 그 때가 2시정도였습니다.

오후에 문화탐방이 이어지는데 저는 우즈벡의 위원회 건물이 궁금해서 위원회 방문을 하고 싶다고 했고, 마침 발표자 중 한국소비자원에서 온 과장이 있었는데, 그 과장이 위원회의 특별요청으로 실무에 대한 워크샵을 위원회에서 가질 예정이라 저도 합류했습니다. 위원장실에도 들러고(수족관도 보여주고 이런 저런 농담도 나누었습니다. 농담으로 다음 달부터 제가 우즈벡에서 근무하기로 약속도 했습니다 ㅋ) 위원회 직원들의 근무환경도 둘러보았습니다. 아직 100명 정도라는데, 올해 경쟁법의 개정으로 권한이 강해지고 할 일도 많아져서 증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도 하더군요.

저녁에 클로징 행사가 있다길래 가 보았더니 국제 컨퍼런스가 아니라 주간 행사로 개최된 가장 큰 국제행사의 마무리였습니다. 넓은 야외행사장에서 이번 행사주간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다 모이는 자리라 슬쩍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2일차가 더 피곤하더군요.

5. 국제 컨퍼런스 3일차 일정(공식일정 종료)

공식일정의 마지막 일정이 사마르칸트관광입니다. 이것은 컨퍼런스에 참여한 speaker들에 대한 배려 같기도 하고, 티무르제국의 영광에 대한 자랑 같기도 했습니다. 제가 관광 자체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가지 말까 하다가 따로 떨어지기도 뭐해서 합류했습니다만, 역시 정부에서 준비한 일정이라 그런지 알차기도 하고 식당도 좋은 곳으로 잡아서 잘 따라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기차여행이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버스로 다니다 보니 좀 힘들었는데 기차로 이동하니 덜 피곤하고 시간도 적게 걸려 사마르칸트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더군요. 기차역에서도 VIP통로가 따로 있던데 이건 VIP티켓을 사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듯 싶습니다.

아, 그리고 사마르칸트의 유명한 와인제조사에 들러서 10종의 와인을 시음한 것이 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얼굴이 빨개져서 주목을 끌었습니다만 한국사람들이 음주가무를 즐긴다는 것을 우리 드라마를 통해 이미 학습된 듯 싶었습니다^^;;

타슈켄트 역에서 행사 참가자 모두 Say goodbye 를 하며 헤어졌습니다. 특히 행사 내내 도와 준 위원회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세계 각국으로 돌아간 speaker들도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르지만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약간은 허망한 느낌도 들었지만 국제 행사란 것이 원래 이렇지 하며 이제 다시 제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귀국 전에 국내 업무 모드로 전환 중입니다.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법과 경쟁정책_2022년국제학술대회(경쟁법학회)

2022년 12.15일에 개최된 국제학술대회(http://www.competitionlaw.or.kr/bbs/?t=3j)에 토론자로 참여했는데, 그 때 준비한 토론문을 이제야 수록합니다. 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에 대한 주제입니다. Giorgio Monti 교수는 EU법에 대한 전문가로서 “Maximizing the Impact of Digital Markets Act”라는 제목으로 발표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이 발표에 대해 미리 준비했던 내용입니다. 발표자가 준비한 자료를 봐야 토론문이 이해가 될 듯 싶은데, 발표자료는 여기에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께서 연락주시면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Maximizing the Impact of the Digital Markets Act에 대한 토론문

1. 규제에 있어서 문화적 변화

DMA는 EU집행위원회의 디지털 시장에 대한 기본 접근, 즉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의 3대 축의 하나로 제정된 법으로 Gatekeeper로 정의되는 일부 대기업에 대한 사전규제를 특징으로 한다. 민간기업에 대해 일정한 규모, 업종을 기준으로 사전규제를 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발표자는 이것을 규제의 새로운 문화로 표현하셨는데, 문화로 지속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실험적인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규제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실험적인 것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EU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시장에 대하여 역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역내 규범의 조화 중소사업자에 대한 공정성 확보, 이용자의 권리보장 확대 등을 목표로 규범 설정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DMA의 효과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발표자가 언급한 “규제에 있어서 문화적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 DMA와 경쟁법과의 관계

DMA 제정경위에 대한 설명을 보면 DMA가 경쟁법과 상호보완적이지만 다른 목적을 지향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경쟁법은 어느 사업자에게나 요구되는 경쟁이 규칙을 정한 것이고, 규모나 업종에 따라 그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서 더 강한 감시가 필요하더라도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 문제삼을 수 없는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호날두나 메시에 대해 다른 선수들에게는 부과되지 않는 반칙을 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DMA는 경쟁법적 관점에서는 이질적이다. 다만 디지털 시장에 대한 규제 근거로서 디지털 시장이 소수 거대기업에 의해 독과점 되는 속성을 갖고 있고,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DMA가 경쟁법과 뗄 수 없는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DMA의 특정 사업자에 대한 사전 규제 방식이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디지털 시장에서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여 기존의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을 방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DMA의 규제방식을 경쟁법 집행의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하여야 한다.

3. 컴플라이언스 오피서의 역할 증대

발표자께서 결론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기업은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규제당국이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평판 가치가 더욱 증대한 최근의 기업환경에서 재무적 지표외에 ESG와 관련된 비재무적 지표에 대해 경영자들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규제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당국이 기업의 규제준수 노력을 인정하고 이에 대응하여 규제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나는 발표자가 제시한 “Responsive Regulation” 에 적극 공감하고, 규제 모델에 대응하여 기업에서는 규제에 대한 이해와 기업의 사업을 잘 이해하는 컴플라이언스 오피서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4. DMA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현재와 전망

최근 ESG와 관련하여 환경규제, 사회적 가치 등에서 EU는 선도적으로 입법을 주도하고 있다. 브뤼셀 이펙트란 용어가 있듯이 EU가 제정하는 규칙이 서구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기준으로 되는 현상이 최근 목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국제적인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을 정비할 때 EU의 입법을 참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 심사지침은 DMA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사전규제라는 것은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부적절한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당국으로서는 사전규제의 편의성에 혹할 수 있지만, 그것은 시장의 활력을 억제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을 명심해야 한다. 공정위 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 방통위 등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 시점에, DMA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DMA가 우리에게 새로운 규제의 길을 열어준 것인지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신일전자 사원판매건에 대한 단상_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할 행위인가에 대한 의문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06061250001

  • 신일전자가 임직원들에게 악성재고 약 20억원어치를 강매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는 뉴스입니다. 개인별로 판매목표를 설정해서 처분하게 한 모양입니다. 심지어 급여에서 공제까지 했다고 하네요.
  • 사원판매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불황은 불황인 모양입니다. 주로 회사가 경영이 어려울 때 자구책의 하나로 자사 제품/서비스를 임직원들에게 구입하도록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예전에 자동차회사들도 임직원들에게 자사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형성해서 사실상 자동차 구입을 강제한 일이 있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얘기입니다.
  • 그런데, “사원판매”는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만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을 참고해서 다른 나라에서 만들었으면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사원판매를 공정거래법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할 때에는 우리나라 외에 다른 나라에서 금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계수한 일본 독점금지법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서도 사원판매는 없습니다.
  • 이 규정이 우리나라에서 들어가게 된 배경은 회사가 경영이 어려우면 급여(상여금 포함) 대신에 자사 제품으로 지급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이 있었고, 이를 금지하기 위해서 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제하게 된 것입니다. 저도 이런 행위는 금지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규제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 금지 논리는 보도자료에서 적시하고 있습니다. 사원판매행위는 불공정한 ‘경쟁방법’이라고요. 그런데 사원판매를 경쟁방법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자구책의 하나로 적절하지 않은 방법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자사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여서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기 위해 사원판매라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한 사원판매는 회사의 존립이 어려운 시기에 경영자가 자금을 조달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할 때 선택하는 자구책인 경우가 더 흔한 일입니다.
  • 경영이 어렵지 않은데도 사원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예전에 통신사들이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목표를 제시해서 강제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제품/서비스를 출시할 때 영업방식의 하나로 이런 전략을 선택했었는데 당연히 사원판매에 해당되어 문제가 되었더랬지요. 이 얘기도 아주 오래전 얘기입니다.  이 경우는 불공정한 경쟁방법이 될 여지도 있지 않나 싶긴 한데 사원판매 규정이 없어도 다른 규정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공정거래법에 금지행위로 규정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이 규정은 이제는 삭제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법리에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쟁방법이라기 보다는 노동법 이슈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제가 이 분야는 잘 몰라서 더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저도 악성재고를 임직원에게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있는 행위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공분야 입찰담합 관여행위 개선방안 선포식 뉴스를 보며

1. 관련 기사 내용

https://www.yna.co.kr/view/AKR20230601125400002?input=1195m

연합뉴스를 링크했는데,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를 보면 됩니다.  뉴스에 의하면 “임직원이 신속한 계약 체결 등 업무 편의를 위해 유찰 방지 들러리 입찰을 독려하거나 입찰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행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담합을 유도하거나 입찰 공정성을 훼손하는 사례 등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라고 하네요.

나눠서 보면 입찰담합 관여행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속한 계약체결 등 업무 편의를 위해 유찰 방지 들러리 입찰을 독려하는 행위
  2. 입찰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행위
  3.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담합을 유도하는 행위
  4. 기타 입찰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

기사의 표현을 보면,  3.에서는 명시적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라고 되어 있지만 1과 2에서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1과 2의 행위는 공공기관의 임직원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없어도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2. 반복되는 행위는 그 구조를 들여다 봐야 한다

개인적 이익의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이를 반부패 관점에서 방지할 필요도 있습니다. 원래 불공정과 부패는 함께 하는 성질의 것입니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계약에서 경쟁입찰이 사실상 강제되는 것(경쟁입찰이 원칙이라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담당자가 겪게 될 업무감사라든가, 수의계약의 필요성을 입증하여야 하는 부담 등을 고려해 보면 누구라도 경쟁입찰로 계약을 진행하려고 하겠지요) 을 고려하면, 부패와 상관없는 시스템의 문제가 입찰담합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그런 행위를 발생하게 하는 ‘구조’가 있다고 합니다. 그 구조를 해결해야 문제된 행위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변칙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누군가 희생양이 되어야 할 지도 모르고요. 이번에 개선방안을 모색한다고 하니 어떤 내용인지 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네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한국공정거래조정원)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자료이기도 하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도입 및 운영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된 보고서라는 점에서 귀한 자료이기도 해서 여기에 링크를 걸어 둡니다. 자료의 배포는 허락을 받아야 공유가 되는데, 허락을 받는 일이 어렵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만 CP등급평가기관으로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수록된 자료가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해서 여기서는 단순히 링크만 남깁니다. 다만 자료의 결론 부분은 여기에 옮겨둡니다(각주 번호는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고, 제목은 제가 붙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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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활성화의 기대효과

1. CP제도 활용을 통한 법집행 수준 제고

CP 활성화에 따라 기대 가능한 장점은 적지 않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CP 제도는 공정거래법상 다른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 제 89조 이하 동의의결 이행관리가 확보될 수 있도록 CP 제도가 수단화될 수 있다. 일본의 예를 들면, 우리의 동의의결과 상응하는 확약절차에서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시정방 안의 내용이 경쟁의 우려를 제거하기에 충분하여야 하고, 그러한 시정방안이 확실히 이행될 것으로 예견 가능하여야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확약 절차에 관한 대응 방침」(確約手続に関する対応方針) 에서는 후자의 확실성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예로 CP가 올바르게 기능하도록 관련 시스템의 정 비를 언급하고 있다.53) 동의의결의 이행관리에서 CP 제도가 활용될 수 있다면, 시정조치의 실효성 을 제고하거나 재발 위험 방지를 위한 보조적 시정조치 수단으로 CP 제도가 도구화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54)

2. 사업자의 생존전략으로서의 CP도입

한편, 상술한 바와 같이 CP는 시장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행정의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도구이다. 하지만, CP는 시장과 국가 행정의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CP의 도입은 사업자의 생존전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사회・환경위기 대응의 요구와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과 맞물려 사업의 최종 목표인 재무적 지표만이 아니라 새로운 비재무적 요소를 중요시하는 경영 전략 이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고, 그에 따라 사업자 스스로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생태계를 위하여 경쟁의 규칙을 준수할 때만이 경쟁력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55) 대법원은 비교적 최근 입찰 담합 사건에서 기업 내에 공정거래 관련 법 위반을 예방하고, 차단하기 위한 합리적 정 보・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사 내외이사들에도 그 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56) 그에 따라 기업 내 법 위반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러한 시스템이 올바르게 기능하도록 하는 준법 경영은 기업 경영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핵심 요소가 되었고, 그 중심에 CP가 있음은 물론이다.

3. CP 활성화를 통한 사회 전체의 후생 증대

CP를 도입하여 공정거래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자 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되는 경우에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에 기여하고, 이를 통하여 소비자에게 혜택이 주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후생은 진작된다. 이런 점에서 CP 도입 및 운영에 있어 사업자가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 부여 는 그러한 기대 가능한 혜택에 대한 보상과 다름 아니다. 따라서, CP 도입과 운영을 유인할 적절한 인센티브의 보장은 시장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측면에서 바람직하기에, CP에 관한 관심을 고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https://www.kofair.or.kr/home/board/brdDetail.do?menu_cd=000041&num=1513

 

우리 나라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실질적 운영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공정거래 규제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정위의 조직이 정책과 조사의 양대 축으로 재편되었다. 둘째 검찰에 의한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공정거래 분야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1. 공정위 조직 개편의 의미는?

공정위 조직이 정책과 조사의 양대 축으로 개편되었다는 것을 보고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직권조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여야 한다. 그동안 정책과 조사가 혼재하던 시기에는 밀려드는 신고사건의 처리도 힘들었기 때문에 직권조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공정위의 조직이 관련 법률의 집행과 연계되어 있어 해마다 직권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여 왔지만 조사를 전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정책과 조사가 분리되어 조사 전담부서로 역할을 하게 될 경우와는 의미있는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조사업무에 대해 실적 압박이 커졌다는 조선일보 기사 참조 )

2. 거세진 검찰 수사

최근 뉴스에서 검찰이 공정거래 관련 수사에 착수하거나 기소했다는 소식이 예전보다 자주 눈에 띈다. 실제로 공정위에 대한 고발요청 건수도 이전에 비해 매우 많아졌다고 한다. 검찰 수사는 행정조사와는 달리 기소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고, 기소되면 형사재판으로 인신구속이나 벌금이라는 형벌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형사절차는 법인보다는 개인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에서 수사 또는 기소의 대상이 되는 임직원은 너무나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조사부 재계 ‘신저승사자’로 급부상한다는 시사저널 기사 참조)

3. 기업의 대응: 공정거래CP의 중요성

기업은 공정거래 규제 분야에서의 위와 같은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공정거래 법규 준수를 위해 기업의 정책과 지침,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준법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장려하여야 한다. 실질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정거래 리스크가 예전보다 훨씬 더 높아져 있는 현실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공정위는 “자율준수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을 형식적으로 도입한 후 방치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아예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도 여전히 많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이미 그 효용성이 인정되어 OECD의 많은 나라들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운용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준수프로그램 운영기업의 신청을 받아 등급을 부여하는데 우수 등급 이상을 취득한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조만간 법률에 인센티브 제공 근거가 마련될 것이므로 인센티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 이상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도입 및 실질적 운용을 미룰 수 없는 현실로 판단한다.

머니투데이 기사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공정위 정책기능과 조사기능의 분리에 대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01115102884234

이 기사의 제목은 “변호사들만 덕본다”…공정위 조직개편 ‘복잡한 속내'[세종썰록]인데 막상 내용에서는 변호사들이 무슨 덕을 보는지 내용이 빠졌네. 기사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니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공정위의 정책기능과 조사기능의 분리가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하고 싶은 말이다.

공정위의 정책이란 것은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규칙을 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산업정책이나 교육정책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경쟁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제약하는 반경쟁적 요소(시장구조 또는 행태)들을 제거하는 것이 본질적이다. 그런데 조사기능과 정책기능을 분리한다는 것은 조사공무원은 조사만 하고, 정책담당공무원은 정책을 입안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책의 내용이 반경쟁적 요소의 제거에 있을텐데, 그것이 시장에 대한 조사(시장조사에 의한 것이든, 사건 조사에 의한 것이든) 없이 어떻게 가능할까?

오히려 중요한 것은 조사기능과 심판기능의 분리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사건처리절차뿐만 아니라 위원회 구성에 있다. 현재와 같이 장관급 위원장, 차관급 부위원장 그리고 조사를 담당하는 사무처장이 계선조직으로 되어 있어 명령 복종 관계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그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조사와 심판의 분리는 가능하지 않다. 조직개편은 위원회와 사무처를 인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에 대해_삼프로TV출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즉 공정거래법 위반의 죄는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다는 제도는 20년 넘게 논란이 되어 오고 있는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이슈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대기업을 고발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소비자나 피해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이라는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공정위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이나, 폐지로 인한 남소의 우려 및 경영활동의 위축 등을 언급하고 있다.

나는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 자체가 공정거래법에 형벌을 규정한 것에 비롯된 것이므로(형벌이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고발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형벌 폐지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전속고발권 폐지 찬성 주장에 대해 반박하자면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지만, 그런 반박으로 논란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논란이 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비틀린 현상을 바로 잡는 길이다.

 

  1. 공정거래법 위반은 형벌로 제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형벌이 적용되려면 누구나 그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명확성의 원칙). 공정거래법의 금지행위는 원칙적으로 시장상황, 경쟁에 미치는 효과 등 경제분석이 요구된다. 게다가 법위반 여부는 위원회가 다수결(전원회의) 또는 만장일치(소회의)로 결정한다. 법위반 여부가 다수 위원들의 합의에 달려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공정위가 경제분석을 하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경제분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이 많은 것이 문제이고, 그래서 경제분석 없이 법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해서 공정거래법 위반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2. 형벌과잉현상은 공정거래법에서도 여전하다. 3억원 이하의 벌금과 2년이하의 징역형이 법위반 예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형벌보다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민사적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더욱 절실하다. 또한 행정처분으로 법위반상태를 제거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시정조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법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
  3. 공정위는 법목적과 상관없는 온갖 민원성 신고에 모두 응답하여야 하는 제도로 인해 경쟁촉진과 피해자 보상이라는 미션을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발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요즘은 고발이 너무 많다(매년 수십건). OECD국가 중에 이렇게 고발이 많은 나라가 있을까? 아..OECD38개 국가 중 형벌을 규정한 나라가 몇 안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일본…그 외에는 없다고 하는데 내가 직접 다 리서치 한 것은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다. 게다가 미국 외에는 사실상 전속고발권과 같이 경쟁당국에서 형사절차 개시를 요청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일본은 애초에 행정조사와 형사조사를 구분해서 사건에 착수한다. 그런데 이들 나라에서 한 해에 처리하는 사건 수가 수십건(실제로 매년 10여건인 나라도 있다)에 불과하다. 경쟁과 무관한 사건은 거의 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 담합사건이다. 우리나라처럼 불공정거래행위 사건은 애초에 형벌 대상도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공정거래법에 형벌이 무분별하게 규정된 것이 문제다.

아무튼 구독자가 140만명이 넘는 삼프로TV에 출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정말 인기없을 뿐만 아니라 설명도 어려운 전속고발권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출연섭외를 해 주신 분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링크를 여기에 걸어 둔다. 유튜브보기

2020.12.9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대안)

법안 이름에 ‘전부개정’이란 표현이 과장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내용들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형사벌 규정까지 손을 댔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번 국회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본회의 통과까지 일정이 남아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법률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어 여기에 수록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대안)

공정거래 사건 중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사건들에 대한 집행 시스템은 전면 개정해야한다

공정거래법을 처음 제정할 때에 일본의 독점금지법을 많이 참조했는데, 특히 불공정거래행위 부분은 사실상 똑 같았지요. 그래서 제가 1993년에 공정위에 와서 참고로 한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은 일본의 자료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그 중에 특히 문제가 되는 규정이 “우월적 지위 남용”이었는데, 일본도 초기 독점금지법에는 이 규정이 없었다가 백화점의 입점업체/납품업체에 대한 횡포가 사회적 문제가 된 이후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뭔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의 “갑질”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이 규정을 근거로 공정위가 제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일본의 독점금지법과 똑 같이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도 신고는 사건의 ‘단서’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에 신고인에게 어떤 실질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례에서도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법운용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공정위는 일본과 달리 ‘모든 신고’를 검토해서 서면으로 답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 공정위는 신고는 사건의 단서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지하는 회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차이가 같은 조문을 갖고 있으면서도 업무의 양과 질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모든 신고에 대해 검토해서 우리나라와 같이 처리하는 국가는 본 적이 없고, (제가 확인한 내용은 아닌데) 터키가 우리나라를 모델로 제도를 만들려다 EU경쟁당국으로부터 바람직한 집행시스템이 아니라고 지적받고 포기했다는(들은 얘기로는 더 심한 표현이었는데 확인도 안하고 그대로 옮기기엔 좀 그래서 부드럽게 표현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 사건, 하도급사건 등 거래상 지위 남용을 기초로 생겨난 각종 규제와 관련한 사건들을 제대로 처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법의 해석에 맞게 운용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그동안의 업무관행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업무처리 시스템을 유지할 수도 없을 듯 싶고요.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하고 있는 안은 있는데, 좀 더 다듬어야 하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관심을 가질 지 모르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