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컴플라이언스의 만남: 혁신과 도전


1. AI가 컴플라이언스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AI 기술의 발전은 컴플라이언스 분야에 상당한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주요 변화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AI는 업무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예를 들어, 수천 페이지의 계약서나 내부 규정을 검토하는 작업을 AI가 수행한다면, 인력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인적 오류를 줄이고 일관성 있는 검토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 AI의 데이터 분석 능력은 리스크 예측을 한층 정교하게 만듭니다. 과거의 패턴을 학습한 AI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경고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선제적으로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셋째, AI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24시간 가동되어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금융 거래나 내부 정보 접근과 같은 민감한 영역에서 이상 징후를 즉시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2. AI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사항

그러나 AI 도입이 항상 장점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측면들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AI 시스템의 정확성 문제입니다. 오탐지(false positive)나 미탐지(false negative)는 AI 시스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는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초래하거나 중요한 리스크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입니다. AI 시스템이 처리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새로운 보안 리스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다룰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AI의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소위 ‘블랙박스’ 문제라고 불리는 이 이슈는 AI의 판단 근거를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적,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3. AI 활용의 최적화 방안

이러한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AI 시스템의 透明성과 설명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AI의 의사결정 과정을 가능한 한 명확히 추적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데이터 관리와 보안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엄격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최신 보안 기술을 적용해야 합니다.

셋째, AI와 인간의 협업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AI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되, 중요한 의사결정은 인간이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넷째, AI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이 필요합니다. AI 모델의 성능과 정확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필요에 따라 재학습시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4. 결론: AI 시대의 컴플라이언스 전략

AI는 분명 컴플라이언스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 한계와 리스크를 명확히 인식하는 균형 잡힌 시각입니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인간이 져야 한다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AI 시대의 컴플라이언스는 기술과 인간의 지혜가 조화롭게 결합된 모습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경험과 의견을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기업 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하여


1. 컴플라이언스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2017년 11월 미국 뉴욕에 지점을 둔 한국계 은행들이 뉴욕 금융감독청(DFS: 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s)으로부터 막대한 ‘벌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는 매일경제 기사가 있었습니다. 자금세탁방지 등 미국의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 벌금 부과 사유였습니다. 정확한 벌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DSF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천문학적 벌금을 때리는 월가의 저승사자로 통한다고 월가 금융기관의 한 인사가 전하는 말을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사대상이 된 은행 중 하나는 뉴욕 지점을 폐쇄까지 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해외 뉴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업 컴플라이언스(Corporate Compliance, ‘컴플라이언스’또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혼용하고 있습니다)라는 용어는 어떤 뜻을 갖고 있을까요? 컴플라이언스는“~을 따르다, 준수하다”라는 의미의 comply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컴플라이언스의 정의를 가장 좁게는 준법활동으로, 조금 넓게는 윤리강령 등 회사의 각종 규정 준수로, 가장 넓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정부가 기업의 자율적인 준법활동을  제도적으로 마련한 경우, 그 요건에 따라 구축하고 운용하는 프로그램을 컴플라이언스 또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라고 부릅니다(상법상 준법통제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율준수 프로그램 등).

 

2. 컴플라이언스는 왜 필요할까요?

세계 최초의 자동차 사고는 1769년에 발생하였는데 사고차량은 파디에르(Fardier)라는 3바퀴 증기자동차였습니다. 이 자동차는 최고 시속 3.2킬로미터 정도의 느린 속도였는데 브레이크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내리막길에서 서지 못하고 담을 들이박았다고 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익추구가 본질인 기업이 가속장치만 성능이 좋다고 해도 브레이크가 이를 받쳐주지 않으면 사고는 반드시 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황무지에서 달리는 차라면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있지만, 도로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들어서고 항상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대도시에서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으면 사고를 피할 수 없지요. 바로 이러한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컴플라이언스입니다. 회사의 재산과 평판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바로 컴플라이언스입니다.

회사의 임직원이 개인비리가 아니라 회사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구속되는 상황은 윤리경영에 실패한다는 것을 넘어서 당해 임직원 및 그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고, 그것을 보는 동료들은 회사를 믿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즉,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규제에 대응하여 이를 미리 지킬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준법과 윤리적인 행동이 회사의 일상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기업문화를 형성하지 않으면 회사의 존속과 발전에 큰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대해 투자를 꾸준히 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인 제재가 약하고, 불법적인 경영활동으로 인한 충격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컴플라이언스의 필요성을 경영자들이 절실하게 인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컴플라이언스 실패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현실적이고 강력해 졌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3. 컴플라이언스는 연미복이 아니라 일상복이다

최근 2018년도 도급순위 10위권 이내의 대형 건설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참가 자격제한 요청 제재를 받았습니다. 제재를 받게 된 사유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협력사에 계약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사대금을 미지급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서는 윤리경영과 동반성장이라는 메뉴까지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이런 사유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되었다는 것은 사실상 컴플라이언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저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종이 프로그램(paper program)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은 이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지만 비슷한 실정입니다. 컴플라이언스를 파티에서 한번 입는 연미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최고경영자 층 뿐만이 아니라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컴플라이언스를 그저 장식에 불과한 것이 아닌, 일상의 업무에서 지켜야 하는 살아 있는 행동기준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여야 합니다. 컴플라이언스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형성되면, 구체적인 규정이 설사 미비되어 있더라도 이익과 준법 혹은 윤리가 충돌할 때 관련 임직원은 준법 혹은 윤리를 선택하게 됩니다.

 

4. 컴플라이언스는 기능(Function)이 아니라 문화(Culture).

기업문화와 관련하여 세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평가와 보상이라는 인사제도에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녹아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인사제도가 윤리적이고 공정할 때에 기업은 건강하고 강력한 문화를 갖게 됩니다.

둘째, 고위 임원들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로는 윤리를 말하고 준법을 강조하면서 행동으로는 이익이 앞설 때 컴플라이언스는 와르르 무너지게 됩니다. 고위 임원급 회의에서 컴플라이언스 관리자가 준법을 얘기할 때, CEO나 다른 고위 임원이 위험감수(risk taking)가 사업의 본질이라고 일축해 버리는 순간 컴플라이언스는 설 땅이 없어집니다.

셋째,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기(speak out)가 가능한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어야 자진신고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 회사와 임직원의 면책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해서 이런 문화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익명으로 제보한다고 해도, 회사에서는 누군지 알아낼 수 있다는 의심이 들면 내부고발 시스템은 실패하게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감추게 되고, 감추는 것이 당사자에게는 더 이득이 되는 조직은 사소한 병이 걸려도 점점 더 병이 깊어져서 불치의 병이 되어 버릴 위험이 큰 것입니다.

 

5. 컴플라이언스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먼저 가거나 늦게 가거나 간에 반드시 거쳐가야 할 길이 있듯이, 컴플라이언스는 모든 기업들이 발전과정의 어느 단계에서는 그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개방정도를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도 이제 컴플라이언스를 모르고는 경영을 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국내의 몇 가지 큰 흐름을 언급하자면, 상법상 준법지원인제도 도입 후 준법지원인의 업무에 해당하는 준법통제기준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어 향후 그 준수 여부에 대한 회사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논쟁으로 주식회사의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결과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존재와 그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 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공정거래와 반부패 분야에서는 규제 강화 및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요. 이런 움직임이 마치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처럼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라 그 어느 때 보다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마칩니다.

(2019년도에 어느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규칙의 잦은 변경”은 CP가 기업문화로 정착하는데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흥미로운 글을 발견하다

최근 입법과 관련하여 입법부의 적극적 역할 수행으로 인해 야기된 가장 큰 문제점은 잦은 법개정으로 법적 안정성을 약화시키고,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위험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입법부가 입법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직과 예산은 제대로 뒷받침이 되고 있지 않는 듯 싶습니다. 차차 나아질 수도 있지만 국회의원의 성과가 입법 발의건수라고 한다면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제가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에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길래 여기에 요약해서 소개합니다.  제목은 “This is how Calvinball wrecks compliance” 이고 원문은 FCPA BLOG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읽어보시면 우리나라의 현상황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만 원문을 보시면 글쓴이는 컴플라이언스 관련된 상황이 나빠진 것은 의회뿐만 아니라 미국 법무부 그리고 언론도 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요약

리처드 L. 카신(FCPA BLOG의 창립자)이 2024년 1월 18일에 작성한 이 글은 미국인들이 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현상과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들이 직면하게 될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이러한 신뢰 상실의 근본 원인으로 ‘캘빈볼(Calvinball)’이라는 게임을 지적합니다. 이 게임은 규칙이 계속 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이는 현재 사회의 혼란스러운 규칙 변화와 유사합니다. 특히, 미국 의회는 계속해서 규칙을 바꾸며, 이로 인해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의회와 법 집행 기관, 뉴스 매체, 심지어 자신들이 근무하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갤럽의 보고에 따르면, 1979년에는 미국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거의 50%에 달했지만, 점차 감소하여 최근에는 3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COVID-19나 소셜 미디어의 영향만이 아닌,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문화적 상대주의와 도덕적 상대주의의 결과로 보여집니다. 이러한 상황은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들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으며, 규칙의 일관성과 신뢰성 회복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CP제도 법제화 관련 하위법령 제도개선 방안)

의견제출 배경

  1. 배경

2023.12.14일에 “2023 CP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포럼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신설된 CP제도의 하위법령(대통령령, 시행규칙 등) 제정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발표하였고, 이 방안에 대해 CP를 도입/운영할 기업측이 의견을 제출하고자 할 경우 12.29일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CP제도 확산을 위해 여러 전문가 및 기업 실무자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많았고, 국회세미나를 통해서나 CP포럼, CP심포지엄 등에서 의견을 발표할 기회도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 검토되었던 내용을 요약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2. C P포럼 발표자료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CP자료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료 링크)

제출한 의견

   1. CP등급 하향제도에 대해

  • CP등급 하향제도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폐지함이 타당할 것임
    •  공정위는 CP등급평가제도와 구체적인 법위반 사건을 결부하여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나(즉, CP등급평가 결과 우수등급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라면 법위반을 할 리가 없다는 전제하에, 법위반 사업자에게 CP등급평가에 의한 과징금 감경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
      • 이 전제는 CP등급평가와 연계된 인센티브 제도를 사실상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 위험이 있으며 글로벌 기준(국제표준규격, 미국 법무부 기업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 평가 가이드 등)에 비추어 보아도 받아들이기 어려움
    •  등급평가제도의 내용을 보더라도, 등급평가는 신청 이전 연도(1.1~12.31)의 CP운영 실적을 세부측정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는데(세부측정지표는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CP의 체계와 활동을 평가),
      • 평가기간 이전의 법위반행위가 등급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CP등급 하향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임
    •  실제 우리 사건 조사 및 심결의 현실을 보더라도 사건은 조사개시부터 최종 결정까지 2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함
    •  조사개시 후 자율준수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회사는 CP등급평가에서 우수등급 이상을 획득하더라도 1단계 혹은 2단계 하향조정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함
    • 이 제도로 말미암아 상시적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는 대기업들은 CP등급평가 신청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함
      • 대기업일수록 이해관계자와의 분쟁이 많은데 사전에 법위반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사안이 사건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사전예방활동이 미흡했다고 보기도 어려움
      • 사후적으로 다수결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위 제재시스템에서 높은 CP등급을 받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인 뉴스거리가 될 위험 때문에 CP등급평가 신청을 포기하게 됨

2. 과징금 감경 요건에 대해

  • 별도의 요건없이 평가등급과 과징금 감경을 연계하는 것이 타당
    •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가 다시 규정되는 이유는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CP를 확산하자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칙적으로 A등급 이상의 등급을 획득한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감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됨
    • 참고로, 공정위는 “당해 법위반행위 탐지.중단.재발방지노력”을 과징금 감경 조건으로 설정하는 안을 제안하였는데 CP등급평가는 특정 법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법위반을 예방하기 위해 운영하는 경영시스템의 수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임. 
  • 중소기업의 경우 도입만으로 과징금 감경
    •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물적, 인적 자원부족으로 사실상 A등급 이상의 등급을 획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도입’ 만으로 과징금을 감경해 주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함(도입 요건은 공정위가 중소기업에 대한 도입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하도록 함)
    • CP제도가 도입된 초기에는 도입만으로도(물론 “실질적”이란 요건이 있었음) 대중소기업 구분 없이 모두 과징금 20%  감경 대상이었음

3. 과징금 감경 비율에 대해

  • 해외 사례를 보면 10%의 감경율을 규정한 경우가 많은데, 이들 나라에서의 과징금 산정 기준(전 세계 매출액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법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10%의 감경율은 실제로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임
  • 현행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서 사건 조사단계에서 적극 협조하면 10%, 위원회 심의에 적극 협조하고 심리종결시까지 행위사실을 인정하는 경우 10%의 과징금 감경을 규정하고 있고, 자진 시정의 경우에도 과징금 감경이 10% 내지 30%까지 규정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CP의 실질적 운용 즉 법위반 예방에 드는 노력에 비해 10%의 과징금 감경율은 낮은 것으로 보임
  • 공정위는 최대 감경율은 높이고 등급별 기본 감경과 CP작동시 추가 감경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CP등급평가에 따른 과징금 감경은 제도 그 자체에 대한 평가에 따른 감경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추가적인 감경 여부는 현행 과징금고시의 감경 사유의 충족 여부에 따라 결정하면 될 것임
  •  결론: 20% 과징금 감경(다만 등급별 차등 A: 10%, AA: 15%, AAA: 20%)

4. 과징금 감경 적용 횟수에 대해

  • CP등급 획득의 유효기간은 2년이고 2년 이내에 하나의 기업이 얼마나 많은 과징금 처분이 있을런지 모르지만 그 동안의 심결례를 보면 한 회사가 2회 이상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횟수는 굳이 제한을 둘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임
    • 1회 제한이 타당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CP등급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의 목적과 구체적인 사건을 연계시키는 전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장으로 생각됨

5. 시정조치 감경에 대해

  • 시정조치는 당연히 법위반행위의 정도와 내용에 따라 비례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고, CP등급평가로 인해 감경될 성질이라고 보기 어려움

6. 직권조사 면제에 대하여

  • 법위반의 혐의가 있는 업종에 대해 직권조사를 계획할 때에 CP등급 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현행 인센티브는 유지함
  • 직권조사 면제의 예외 사유로 (2)신고나 민원이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경우 및 (3)명백한 법규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당해 사건에 대한 조사는 피할 수 없지만 광범위한 직권조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권조사 면제의 인센티브를 무용하게 만드는 것임
  • 따라서 적용제외 사유 (1) 최근 2년간 조사활동방해로 처벌받은 경우는 유지하되 (2)와 (3)은 삭제함이 타당(삭제되는 사유와 관련하여 개별적인 사건 개시는 별론임)

7. CP확산을 위한 여건 조성(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대해

  • 현재 CP포럼 또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으나 CP의 실질적인 운용에 핵심적인 대표이사 및 고위임원의 인식 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는 것으로 보임, 
  •  특히 자율준수관리자 간담회 조차 거의 열리지 않고 있어 공정위 및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CP도입 회사, 공공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필요함. <끝>

이외에도 과징금 인센티브 제공대상 법위반행위에도 일정한 적용제외를 규정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는 인센티브 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방안도 있으나(이 부분은 예전에 우수한 등급 이상을 획득한 기업에게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가 부여던 시기에도 존재한 내용임),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주로 담합건을 처리하는 미국에서 CP활성화 방안으로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기소유예 등) 것에 비추어 보면 굳이 이런 적용제외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 의견은 담지 않았습니다만 앞으로 공청회나 입법예고의 기회에 다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려고 합니다.

 

Best Practice의 문제점

1. 베스트 프랙티스의 문제점을 고민하게 된 배경

요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도입이나 고도화를 고민하는 실무자들과 종종 만나다 보니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모범사례)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이 많습니다. 그 실무자들의 고민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CP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고 싶거나, 새로 도입하는 경우에는 목표로 삼을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미 공정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CP등급평가지표와 세부측정지표가 공개되어 있으니 그 자료를 제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분은 이미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되는데, 우리나라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신청에 의해 CP 등급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 일정 등급(현재는 A등급) 이상을 획득한 기업에게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CP등급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CP 평가등급 중 최고등급에 해당하는 AAA의 요건을 일종의 베스트 프랙티스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베스트 프랙티스는 당연히 업종의 특성이나 기업의 규모, 거버넌스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달라야 하는 것인데, 평가제도의 특성상 획일적일 수 밖에 없고 실제 평가에서는 정성평가를 통해 업종의 특성이나 해당 기업의 고유한 상황이 반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2. 향후 CP 등급평가에 대한 전망(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문제는, 현재 등급평가 지표를 보면 평가의 객관성과 투명성으로 인해 정성평가 부분이 적습니다. 평가위원들은 정성평가가 적어서 막상 인터뷰나 방문을 통해 확인되는 수준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CP등급평가에 의한 인센티브 제공의 근거가 법률에 규정되었으니 앞으로 인센티브는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이 예상되고 그 결과 평가기준과 방법에 대해 외부의 감시가 강화될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입니다. 따라서 정성평가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어렵고 오히려 평가기준은 지금보다 더 획일적으로 될 우려가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대안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업종별로 평가기준을 만든다거나 기업의 고유한 상황을 반영하는 평가 방법을 구상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저 어렵다고 손 놓고 있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뜻 떠오르는 생각으로는 사기업과 공공기관(공기업 포함)을 구분한다거나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의 규모별 평가기준의 차등 정도는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차등을 둔다고 해서 CP의 기본적인 구성요소(현재는 8대 기준)가 생략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 논의하고 검토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단계에 이르기를 기대합니다.   CP등급평가를 신청하는 기업 수가 많아지면 다양성의 반영은 좀 더 serious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베스트 프랙티스의 어두운 면

DBR 2012년 2월호에서 IMD에 실린 마이클 웨이드의 “The Dark Side of Best Practices”를 전문번역하여 게재했습니다. 우연히 눈에 띈 글인데 내용이 좋아 여기에 제목 정도는 옮깁니다. 이 내용 모두가 CP등급평가에 해당이 된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새겨 들어야 할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DBR의 해당 글을 참조하십시오(링크를 걸어 두었습니다).
    • 첫번째 우려: 베스트 프랙티스가 자사에 가장 적합한 관행이 아닐 수도 있다.
    • 두번째 우려: 베스트 프랙티스가 그 어떤 기업에도 최고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 세번째 우려: 베스트 프랙티스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기는 커녕 악화시킬 수도 있다.
    • 네번재 우려: 베스트 프랙티스는 직원들의 사기를 꺽는다.
결론:베스트 프랙티스라고 하면 사람들이 쉽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도입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4개의 요인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베스트 프랙티스를 도입할 기회가 생겼을 때 스스로 적절한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질문 예시는 생략)

“자진신고”가 기업문화의 하나로 자리잡기를 바라며

https://www.hani.co.kr/…/society_general/1100392.html

링크한 뉴스는 의류제조업체에서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제조국을 잘 못 표시한 사안인데, 이 사안이 공정위 조사로 이어진 단서가 “자진신고”라고 해서 눈에 띄네요. “세터”라는 브랜드라고 하길래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주식회사 레시피라고 하는데 저는 브랜드나 제조회사 모두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만, 기사에 따르면 인기 패션브랜드라고 합니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짐작컨대 소비자의 문제제기가 먼저 있었을 듯 하고, 그냥 덮어 둘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여 자진신고에 이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니면 내부에서 누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회사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결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래도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이를 자진신고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다만 작년에도 이와 유사한 이슈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회사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시스템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이고요. 물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법위반 행위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법위반 행위 유형을 보면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그런 추측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혹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처럼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구축/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최고경영자나 이사회에서 인식하고 조속히 시스템을 정비하기를 기대합니다.

아무튼 “자진신고”라는 올바른 결정을 내린 최고경영자를 격려하고,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흔치 않은 케이스라 기록용으로도 남겨 봅니다.

제보시스템의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하지만!

1. 문제의 제기

Compliance Program의 필수 요소의 하나로 내부고발 또는 제보시스템의 설치를 들고 있습니다. CP등급평가를 위해 실적보고서를 검토해 보면 조직내외에서 불법의 혐의가 있는 행위에 대한 제보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등급평가를 신청하는 기업이라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실적을 보면 제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2. 제보건수가 적다

우선 제보 건수가 별로 없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외국의 자료들, 특히 CP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Speak Up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자료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시스템의 성공적인 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들이 제시되기도 하는데, 그 내용이 대부분 추상적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하나마나한 소리입니다. 보복을 금지한다,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질문을 질문으로 대답하는 격입니다. 물론 좀 더 구체적으로 보복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언급한 자료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3. 제보 처리가 미흡하다

제보에 대한 처리가 미흡합니다. 경험상 어떤 제보가 있을 경우 그것은 참고 참다가 도저히 참기 힘들어서 제보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공정거래 법규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인권, 노동 이슈와는 달리 제보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기업의 법위반으로 인한 제재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제보를 하는 것이라 그 정도에서는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제보로 이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건의 사건만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 제보와 관련된 조사가 엄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제보를 받아 처리하는 부서가 그런 권한이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을 수 있고(CP운영규정에서는 조사 권한을 명시해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실제 그런 권한이 있는지는 별론입니다) 막상 조사를 하게 된다고 해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검토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은 외부에 드러나게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등급평가신청을 한다고 해도 실적보고서에 이런 일까지 기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제보 건수와 조치 건수, 조치결과와 조치에 걸린 기간 정도를 표로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 공정거래CP와 관련해서 Speak Up 활성화 방안은 기대할 만하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료들을 보면 Speak Up이 법규 위반을 예방하거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모두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그만큼 현실적으로 활성화되는데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반부패와 관련하여서는 제보자에게 엄청난 이득이 생기게 하는 미국의 보상시스템이 효과적인 제도로 보이기는 합니다. 제보로 몇십억원이 주어진다면 제보로 인한 다른 불이익은 감수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운영하는 공정거래 CP와 관련하여서는 인센티브를 그 정도로 제공할 수도 없습니다.

비록 인센티브의 절대적인 수준이 반부패 시스템에서의 인센티브보다는 낮더라도  회사의 이익을 법규준수보다 앞세우는 경우에 주로 발생하게 되는 공정거래 법규위반이라는 속성을 감안하면, 잘만 설계하면 꽤 효과적인 제보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결론에서는 이렇게 희망을 담은 글로 마무리 합니다. 공정거래 CP의 성공적인 운용을 가능케 하는 제보시스템의 설계를 제안할 수 있도록 더 깊은 검토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법과 경쟁정책_2022년국제학술대회(경쟁법학회)

2022년 12.15일에 개최된 국제학술대회(http://www.competitionlaw.or.kr/bbs/?t=3j)에 토론자로 참여했는데, 그 때 준비한 토론문을 이제야 수록합니다. 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에 대한 주제입니다. Giorgio Monti 교수는 EU법에 대한 전문가로서 “Maximizing the Impact of Digital Markets Act”라는 제목으로 발표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이 발표에 대해 미리 준비했던 내용입니다. 발표자가 준비한 자료를 봐야 토론문이 이해가 될 듯 싶은데, 발표자료는 여기에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께서 연락주시면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Maximizing the Impact of the Digital Markets Act에 대한 토론문

1. 규제에 있어서 문화적 변화

DMA는 EU집행위원회의 디지털 시장에 대한 기본 접근, 즉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의 3대 축의 하나로 제정된 법으로 Gatekeeper로 정의되는 일부 대기업에 대한 사전규제를 특징으로 한다. 민간기업에 대해 일정한 규모, 업종을 기준으로 사전규제를 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발표자는 이것을 규제의 새로운 문화로 표현하셨는데, 문화로 지속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실험적인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규제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실험적인 것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EU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시장에 대하여 역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역내 규범의 조화 중소사업자에 대한 공정성 확보, 이용자의 권리보장 확대 등을 목표로 규범 설정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DMA의 효과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발표자가 언급한 “규제에 있어서 문화적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 DMA와 경쟁법과의 관계

DMA 제정경위에 대한 설명을 보면 DMA가 경쟁법과 상호보완적이지만 다른 목적을 지향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경쟁법은 어느 사업자에게나 요구되는 경쟁이 규칙을 정한 것이고, 규모나 업종에 따라 그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서 더 강한 감시가 필요하더라도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 문제삼을 수 없는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호날두나 메시에 대해 다른 선수들에게는 부과되지 않는 반칙을 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DMA는 경쟁법적 관점에서는 이질적이다. 다만 디지털 시장에 대한 규제 근거로서 디지털 시장이 소수 거대기업에 의해 독과점 되는 속성을 갖고 있고,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DMA가 경쟁법과 뗄 수 없는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DMA의 특정 사업자에 대한 사전 규제 방식이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디지털 시장에서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여 기존의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을 방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DMA의 규제방식을 경쟁법 집행의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하여야 한다.

3. 컴플라이언스 오피서의 역할 증대

발표자께서 결론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기업은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규제당국이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평판 가치가 더욱 증대한 최근의 기업환경에서 재무적 지표외에 ESG와 관련된 비재무적 지표에 대해 경영자들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규제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당국이 기업의 규제준수 노력을 인정하고 이에 대응하여 규제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나는 발표자가 제시한 “Responsive Regulation” 에 적극 공감하고, 규제 모델에 대응하여 기업에서는 규제에 대한 이해와 기업의 사업을 잘 이해하는 컴플라이언스 오피서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4. DMA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현재와 전망

최근 ESG와 관련하여 환경규제, 사회적 가치 등에서 EU는 선도적으로 입법을 주도하고 있다. 브뤼셀 이펙트란 용어가 있듯이 EU가 제정하는 규칙이 서구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기준으로 되는 현상이 최근 목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국제적인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을 정비할 때 EU의 입법을 참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 심사지침은 DMA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사전규제라는 것은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부적절한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당국으로서는 사전규제의 편의성에 혹할 수 있지만, 그것은 시장의 활력을 억제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을 명심해야 한다. 공정위 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 방통위 등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 시점에, DMA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DMA가 우리에게 새로운 규제의 길을 열어준 것인지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답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이 책은 1977년에 쓰여졌는데, 제가 대학에 입학한 81년에도 꽤 인기가 있었던 탓에 원서를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때에도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교수는 세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가졌던 모양입니다.

그 ‘uncertainty’는 지금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진열대에 당연히 놓여져 있을 것으로 의심하지 않았던 기초 생필품조차 코로나 바이러스나, 우크라이나전쟁이나 혹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이름도 잘 모르는 나라의 지진이나 홍수로 공급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시대가 온 듯 싶습니다. 공급망 위기 외에도 기후위기, 고용위기 심지어 AI에 의한 위기까지 한꺼번에 닥쳐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그만큼 사람들은(또한 기업들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불안감은 컴플라이언스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당연히!

기업들이 허리끈을 조이고 지출 내역을 더 꼼꼼히 들여다 봅니다. 수익성이 낮은 조직이 타겟이 될 것입니다. 컴플라이언스 담당부서가 바로 그 타겟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공정거래 분야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확산시키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법률조항이 신설되어 이 부분은 오히려 기업의 체질을 윤리적이고 건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그렇게 제도를 잘 설계해야!).

한편으로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질개선을 하기 보다는 담합이라든가 거래상대방에 대한 착취를 선택하는 비윤리적인, 불공정한 방법을 선택하는 기업도 증가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런 경영자들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여유가 있을 때에는 선한 면을 보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나쁜 본성이 드러나기 쉽습니다. 그만큼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최고책임자(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에서는 ‘자율준수관리자’라고 합니다)는 경영자에 의해 임명되지 않고 이사회에서 선임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경영자가 엑셀레이터라면 자율준수관리자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운행이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컴플라이언스의 시대가 도래했다라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참고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대한 정의나 이해는 규제 분야에 따라 다른데,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은 공정거래 법규(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약관규제법 등 공정위 소관법률) 위반을 예방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준법경영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된다면 공정위에서 제재경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데,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조직, 예산, 행동강령을 포함하는 각종 기준, 업무절차, 교육과 모니터링, 개선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미국 법무부가 제정하여 운영하는 지침(guidance)이 “기업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평가 지침(“Evaluation of Corporate Compliance Program”)인데, 여기서도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요소를 체계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자발적인 신청에 의해 등급을 부여하고, 우수 등급 이상을 획득한 기업에 대해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급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인센티브는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컴플라이언스 전도사 답게 긴 글을 올립니다. 모든 기업, 조직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장착하고 운영하게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전도하겠습니다. 강의 요청도 환영합니다 ^^

신일전자 사원판매건에 대한 단상_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할 행위인가에 대한 의문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06061250001

  • 신일전자가 임직원들에게 악성재고 약 20억원어치를 강매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는 뉴스입니다. 개인별로 판매목표를 설정해서 처분하게 한 모양입니다. 심지어 급여에서 공제까지 했다고 하네요.
  • 사원판매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불황은 불황인 모양입니다. 주로 회사가 경영이 어려울 때 자구책의 하나로 자사 제품/서비스를 임직원들에게 구입하도록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예전에 자동차회사들도 임직원들에게 자사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형성해서 사실상 자동차 구입을 강제한 일이 있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얘기입니다.
  • 그런데, “사원판매”는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만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을 참고해서 다른 나라에서 만들었으면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사원판매를 공정거래법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할 때에는 우리나라 외에 다른 나라에서 금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계수한 일본 독점금지법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서도 사원판매는 없습니다.
  • 이 규정이 우리나라에서 들어가게 된 배경은 회사가 경영이 어려우면 급여(상여금 포함) 대신에 자사 제품으로 지급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이 있었고, 이를 금지하기 위해서 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제하게 된 것입니다. 저도 이런 행위는 금지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규제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 금지 논리는 보도자료에서 적시하고 있습니다. 사원판매행위는 불공정한 ‘경쟁방법’이라고요. 그런데 사원판매를 경쟁방법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자구책의 하나로 적절하지 않은 방법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자사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여서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기 위해 사원판매라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한 사원판매는 회사의 존립이 어려운 시기에 경영자가 자금을 조달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할 때 선택하는 자구책인 경우가 더 흔한 일입니다.
  • 경영이 어렵지 않은데도 사원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예전에 통신사들이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목표를 제시해서 강제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제품/서비스를 출시할 때 영업방식의 하나로 이런 전략을 선택했었는데 당연히 사원판매에 해당되어 문제가 되었더랬지요. 이 얘기도 아주 오래전 얘기입니다.  이 경우는 불공정한 경쟁방법이 될 여지도 있지 않나 싶긴 한데 사원판매 규정이 없어도 다른 규정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공정거래법에 금지행위로 규정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이 규정은 이제는 삭제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법리에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쟁방법이라기 보다는 노동법 이슈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제가 이 분야는 잘 몰라서 더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저도 악성재고를 임직원에게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있는 행위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