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경쟁촉진 및 소비자보호위원회(the Competition Promotion and Consumer Protection Committee of the Republic of Uzbekistan, 이하 “위원회”로 약칭) 초청으로 참여한 “Competition Law Enforcement and Consumer Protection in Digital Market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를 주제로 하는 국제 컨퍼런스 일정을 마치며 그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봅니다.
1. 국제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된 배경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호기심이 갈 만한 내용이지만 기회가 되면 사석에서 얘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항공, 숙박 및 체류기간의 공식적인 비용은 모두 부담하겠다는 제안에 선뜻 수락했습니다. 게다가 주제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와 관련되어서 10분 이내로 얘기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듯 싶었습니다. 참석자가 많아 7분 정도로 준비해주면 좋겠다는 얘기에 마음이 더 편해졌습니다.
2. 타슈켄트 공항 도착 및 호텔 이동
항공사는 당초 아시아나를 고려했는데 입국시간을 고려해서 우즈베키스탄항공을 이용했습니다. 아시아나를 이용하게 되면 밤늦은 시간에 호텔에 도착해서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해야 하는 일정이 되어 좀 힘이 들 것 같았습니다. 티켓은 위원회에서 구매해서 전자항공권을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좌석은 여유가 있어서 중간의 3명 자리에 앉았는데 중간자리는 비어 있어 편했습니다. 다만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우즈벡 청년이 한자리 건너 앉아 있었는데 좀 지나칠 정도로 사교적이라 틈틈이 대화를 많이 나누며 지루함을 달랬습니다. 한국에 양어장용 사료를 수출하고 있다는데 우즈벡의 최근 정치경제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얘기들도 꽤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10년전에 제가 다녀왔던 우즈베키스탄과는 좀 많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말로는 새로 취임한 대통령 덕분이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사회 시스템이 바뀌었다고요. 물론 좋은 쪽입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니 누군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입국심사를 위해서는 비행기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해야 하는데 자동차가 준비되어 있고 그 차로 VIP용 출입구로 이동했습니다. 그냥 여권만 보여주고 바로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호텔까지 태워주더군요. 도착했을 때 현지시간으로 2시경이라 호텔 도착후에도 시간 여유가 있어 주변을 돌아 보았습니다. 도쿄와는 달리 골목 개념이 없어 보였고 반듯한 건물들이 도로에 접해 있어서(제가 묵은 숙소가 호텔이 밀집한 지역이라 그럴 수도 있을 듯 싶습니다) 그다지 동네 구경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슈퍼마켓에 가서 헤어젤 하나 사가지고 왔습니다. 호텔은 Wyndham이라고 하는데 시설이 고급스럽거나 화려하지는 않은데 사람들이 친절하고 아침 조식도 아무런 간섭없이 그냥 식당에 들어가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나오면 되는 시스템이라 아주 편하더군요. 가장 아쉬운 것은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는 그다지 흠잡을 만한 것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3. 국제 컨퍼런스 1일차(2023.7.6) 일정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하루 일정이 엄청 빡셉니다. 결국 준비를 성실히 한 일부 발표자들 때문에 시간은 거의 1시간 이상 늘어났습니다. 저는 7분으로 딱 끝내주어서 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분이 엄지척을 해 주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발표자들이 성의 있게 자료를 준비한 탓에 제법 알찬 컨퍼런스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리 배열상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는 것이 좀 힘이 들었지만 각국, 특히 우즈벡 주변의 여러 국가에서 오신 분들의 발표라 관심이 가서 지겹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의 제약때문에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전혀 관심이 없던 나라의 경쟁 또는 소비자보호 관련 이슈에 대해 궁금증이 높아지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찬은 컨퍼런스에 참여한 발표자와 위원회 직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술도 마시는 자리라, 이 시간을 통해 서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무슬림이라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만, 술은 맥주 외에 보드카, 와인 등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마실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제 옆자리에 있던 위원회직원(이 친구가 이날까지 저를 담당해서 편의를 봐주었습니다)은 술도 잘 마시고 춤도 좋아해서 아주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만찬 중에 국제협력부서 직원(직급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국과장은 아닌데 꽤 고참인 듯 싶습니다)이 제게 내일 CNN기자와 인터뷰를 해야 하니 우즈벡 경쟁법의 주요 내용과 최근의 추진실적이 담긴 자료를 전달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원래 아젠다에는 컨퍼런스 2일째에는 타슈켄트 문화탐방이 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그 일정대로 가고 저는 별도 일정인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4. 국제 컨퍼런스 2일차 일정
아침에 픽업해서 데려다 준 곳은 CNN방송을 중계하는 시설이 가능한 국제행사장이었습니다. the International Partnership Initiatives Week “New Uzbekistan: Development, Innovation and Enlightenment”라는 큰 국제행사가 타슈켄트에서 개최되고 있었고 이날은 마지막 행사로 경제관련 이슈인데 그 중 경쟁법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패널로는 루마니아 대통령의 경제정책 자문을 역임한 바 있고 현재 루마니아 Competition Council의 President인 Mr. Bogdan Chiritoiu가 참석했고 컨퍼런스의 speaker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가장 앞줄에 앉게 되었습니다. 하필 제 자리 근처에 우즈벡의 경쟁촉진 및 소비자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앉는 바람에 화면이 자주 제 쪽을 비추어 행사 끝날 때까지 신경이 좀 쓰였습니다.
이 대담이 끝난 후 CNN 기자와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인데 일정이 변경된 것인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행사가 끝났습니다(아직 이런 부분에서 행사 진행이 매끄럽지는 않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그래도 워낙 편하게 해 줘서 그다지 불쾌하지는 않더군요^^). 그리고는 타슈켄트 티무르 박물관으로 이동해서 문화 탐방을 이어갔습니다. 그 후 점심 장소로 이동했는데 그 때가 2시정도였습니다.
오후에 문화탐방이 이어지는데 저는 우즈벡의 위원회 건물이 궁금해서 위원회 방문을 하고 싶다고 했고, 마침 발표자 중 한국소비자원에서 온 과장이 있었는데, 그 과장이 위원회의 특별요청으로 실무에 대한 워크샵을 위원회에서 가질 예정이라 저도 합류했습니다. 위원장실에도 들러고(수족관도 보여주고 이런 저런 농담도 나누었습니다. 농담으로 다음 달부터 제가 우즈벡에서 근무하기로 약속도 했습니다 ㅋ) 위원회 직원들의 근무환경도 둘러보았습니다. 아직 100명 정도라는데, 올해 경쟁법의 개정으로 권한이 강해지고 할 일도 많아져서 증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도 하더군요.
저녁에 클로징 행사가 있다길래 가 보았더니 국제 컨퍼런스가 아니라 주간 행사로 개최된 가장 큰 국제행사의 마무리였습니다. 넓은 야외행사장에서 이번 행사주간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다 모이는 자리라 슬쩍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2일차가 더 피곤하더군요.
5. 국제 컨퍼런스 3일차 일정(공식일정 종료)
공식일정의 마지막 일정이 사마르칸트관광입니다. 이것은 컨퍼런스에 참여한 speaker들에 대한 배려 같기도 하고, 티무르제국의 영광에 대한 자랑 같기도 했습니다. 제가 관광 자체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가지 말까 하다가 따로 떨어지기도 뭐해서 합류했습니다만, 역시 정부에서 준비한 일정이라 그런지 알차기도 하고 식당도 좋은 곳으로 잡아서 잘 따라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기차여행이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버스로 다니다 보니 좀 힘들었는데 기차로 이동하니 덜 피곤하고 시간도 적게 걸려 사마르칸트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더군요. 기차역에서도 VIP통로가 따로 있던데 이건 VIP티켓을 사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듯 싶습니다.
아, 그리고 사마르칸트의 유명한 와인제조사에 들러서 10종의 와인을 시음한 것이 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얼굴이 빨개져서 주목을 끌었습니다만 한국사람들이 음주가무를 즐긴다는 것을 우리 드라마를 통해 이미 학습된 듯 싶었습니다^^;;
타슈켄트 역에서 행사 참가자 모두 Say goodbye 를 하며 헤어졌습니다. 특히 행사 내내 도와 준 위원회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세계 각국으로 돌아간 speaker들도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르지만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약간은 허망한 느낌도 들었지만 국제 행사란 것이 원래 이렇지 하며 이제 다시 제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귀국 전에 국내 업무 모드로 전환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