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저 수험생 시절이었을 당시 참으로 자유에 대해 깊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요.
지금도 아마 대학시절의 낭만이 뿌리깊은 버릇처럼 육신을 떠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만, ’그런 적이 있었지…’라는 것만 남아 있고 지금은 그 당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자유’라는 단어가 문득 떠오릅니다.
왜 그럴까요? 갑자기 20대 청년이 된 듯, 자유라는 ’위험한’ 단어를 되뇌이다니.
그것은 세월이 무서워졌기 때문입니다.
애들을 바라보면 ’참으로 잘 자라는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40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이 아직도 배워야 할 것, 모자라는 것이 너무 많은 현실이
때론 참으로 무겁게 다가옵니다.
다가온다는 것보다는 짓누른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군요.
앞으로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애들 뒷바라지나…양가의 부모님에 대한 효도(저는 실제로는 차마 이 단어를 입에 올리기가 민망한 불효자입니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기여(이 부분은 개인적인 욕심이 그 動因입니다)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아마 저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그런 욕심을 비우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제대로 열심히 하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말이 옳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어떤 합리적인 조언으로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안개처럼, 그 실체도 희미하게 스물스물 올라오는
불안감을 없앨 수는 없더군요.
내일 비라도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친구로 만들어 보아야지요.
비오는 밤 9시, 코너(Koerner) 도서관입니다.